□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오세정)는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단장 유룡) 그룹리더팀(KAIST 화학과 이효철 교수, 정양욱 박사)이 단백질 내 화학반응의 전이상태와 그 반응경로를 3차원 구조로 실시간 규명하고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ㅇ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誌(Nature Chemistry) 2월 4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교신저자 이효철 교수, 제1저자 정양욱 박사)
□ 우리 눈은 사물을 약 75 마이크로미터 크기까지 식별가능하고 사물의 움직임은 약 1/10초까지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총알의 움직임 같이 눈으로 볼 수 없는 빠른 움직임을 보려면 초고속 카메라와 같은 장비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총알의 움직임 보다 훨씬 빠른 분자의 움직임을 보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ㅇ 그 동안 과학자들은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분자의 움직임을 연구해 왔다. 특히 눈의 망막 세포에서 빛을 인지하기 위해 일어나는 분자의 움직임 같이 빛에 의해서 일어나는 분자의 움직임에 대해서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연구해왔다.
ㅇ 하지만 레이저 기술만으로는 분자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서는 엑스선 회절법이나 핵자기공명법이 이용되는데 이런 방법들은 분자의 움직임 같은 빠른 움직임을 관찰할 수 없다.
ㅇ 레이저 기술과 엑스선 회절법 기술을 결합한 시간분해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하면 빠른 분자의 움직임을 정확한 위치 정보와 함께 측정할 수 있다.
□ 이효철 그룹리더팀은 이와 같은 시간 분해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해 광이성질체화(photo-isomerization)라는 단백질 내 화학반응 중 전이상태와 그 반응 경로를 원자 수준의 3차원 구조로 밝혀냈다.
ㅇ 광이성질체화 반응은 눈의 망막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비슷한 반응으로 빛을 흡수한 특정 분자의 구조가 변화하는 반응이다.
ㅇ 광이성질체화 반응을 포함한 모든 화학 반응은 진행 중 반응 물질의 구조가 변화되는데 이 과정 중 가장 불안정한 상태를 전이상태라고 한다. 이 전이 상태는 1000조분의 1초(10-15초, 펨토초)란 아주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를 3차원 구조로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ㅇ 하지만 이 그룹리더팀은 단백질 내부에서는 전이상태 생성속도가 펨토초에서 100억분의 1초 (10-10초, 피코초)로 늦어져 비교적 안정화되는 점에 착안해, 시간 분해 엑스선 회절법을 이용해 단백질 내부에서 전이상태를 관찰하고 규명했다.
ㅇ 이 연구성과는 화학 반응 전이상태 관찰을 통해 전이상태를 조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며 이는 화학반응 제어를 통한 신약 개발 및 의학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특히 연구진은 광이성질화 반응 경로가 단일경로였던 기존 연구결과와 다르게, 두 종류의 다른 반응 경로가 경쟁적으로 존재함을 최초로 확인했다.
ㅇ 단백질 내부에서는 다른 원자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원자가 자신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2가지 반응경로로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ㅇ 반응 모습이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것과 비슷한 자전거페달(bicycle-pedal) 경로와 훌라 춤을 추는 모양과 유사한 훌라-트위스트(hula-twist) 경로 등 2가지이다.
ㅇ 이는 한산한 지하철 내부에서 사람들은 직선으로 이동하지만 꽉 찬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공간 여유가 있는 곳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처럼 원자도 가장 짧은 반응경로를 택해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ㅇ 이렇게 규명된 반응 경로를 바탕으로, 돌연변이를 이용해 전이상태의 안정성을 변화시켜 반응 경로를 제어할 수 있었던 점도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이다.
ㅇ 이효철 그룹리더는 “앞으로 차세대 가속기인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이용하면 좀 더 빠른 시간대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전이상태 중의 구조 뿐 아니라 나아가 전이상태 이전의 구조도 규명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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