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미 헤리티지재단·한반도선진화재단·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은 북한 급변 사태와 관련한 대응책이었다. 회의에 참가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해 한국은 물론 미·중·일·러 등 주변 강국이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위샤오화(虞少華)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급변 사태로 붕괴할 경우 한국이 급작스럽게 통일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입장에선 이런 방식의 통일의 대가가 너무 크고 다 부담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후지(趙虎吉) 중국공산당중앙당교 교수는 선군정치 표방 등으로 인한 북한 개혁 개방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체제가 불안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김정은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김정은이 젊었을 때 3년간 해외유학에서 선진적인 정치·경제·사회·문화를 경험했다"며 "김정은이 개혁 개방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의 노선을 계속 따르면 어떤 위험성이 있을지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 양국은 전면전과 현재 분단 체제 유지, 도발에 대해선 준비됐지만 북한의 붕괴에 대해선 준비돼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벨 전 사령관은 "(이에 대비해) 동맹국들은 준비 태세를 유지해 전면적 억지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면서 "군사적 역량을 먼저 고려해 한·미 모두 군 예산을 삭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은 "3대 권력 세습은 개혁 개방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이 붕괴하지 않도록 막은 것은 한국의 종북(從北)주의자와 중국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차관은 "현재까지 중국은 북한을 국가 안보적으로 완충 지역으로 보고 북 정권이 붕괴하지 않도록 힘써 왔다"며 "이제 중국은 (북한 붕괴에 대해) 냉정하게 그들의 손익 관계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급변 사태로 붕괴할 경우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 관계가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벨 전 사령관은 "중국이 북한 안정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북한을 점령했을 때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과 개발 중인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미·중이 어떤 식으로 협의해 처분할지도 논란거리다. 김석우 전 차관은 "(북한의 돌발 상황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게 유용하다"며 "6자 회담도 좋은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판전창(潘振强) 중국 개혁포럼 수석고문(인민해방군 전 소장)은 "북한도 역시 유엔의 회원 국가"라면서 북한 급변 사태시 주변 국가의 개입을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승인된 (동맹군의) 개입이 있더라도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부 북한 주민이 저항할 수 있고 파편화된 내전이 생길 수 있다. 남한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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