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최한웅(26·부산)씨는 오랜만에 음악을 듣기 위해 온라인음원 사이트를 찾았다. 그런데 모니터에 나타난 음원서비스 가격에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원제공 패키지(40곡 다운로드)의 가격이 5,000원에서 7,000원까지 오른 것을 보고, 최 씨는 음원가격마저 인상되는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 가격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들어야 하나 아니면 불법 다운로드를 해서 들어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3년 1월 1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 따라 멜론, 올레뮤직, 소리바다, 벅스 등 주요 음원유통업체의 음원서비스 사용료가 인상된다. 특히, 업계 1위인 멜론은 1월 1일부터 무제한 스트리밍(실시간 음악 재생서비스)요금제를 월 3,000원에서 6,000원으로 2배 올렸고, 40곡 다운로드 상품의 경우 5,000원에서 7,000원으로, 150곡 다운로드 상품은 9,000원에서 13,500원으로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악 관련 저작권단체가 건의한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2년 6월 8일 승인함으로써 이뤄졌다. 이는 작곡가, 작사가, 가수, 연주자, 제작사 등 ‘음원권리권자’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내용들로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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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음원 수익배분율 비교. 한국의 음원권리자의 수익배분율은 미국에 비해 무려 16%나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
개정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작권료를 높이고 수익 분배율을 60%까지 보장 ▲신곡은 월정액 상품에 포함하지 않는 규정(홀드백)을 신설 ▲다량 다운로드 상품의 할인율을 기존 90%에서 75%로 낮춰 음악 권리권자의 이익을 높였다.
유통사업자들이 새 규정에 맞춰 상품을 새롭게 구성하고 소비자에게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 개정된 사항은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하였고, 시행 이전에 자동결제 방식으로 가입한 이용자는 그로부터 6개월간 동일한 요금으로 기존의 상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 제도 변경에 따른 이용자의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음원유통업계는 내부시뮬레이션과 업계 간 경쟁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동시에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면서 이용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가격 적정선을 파악하고, 음악 감상의 이용 패턴 변화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최적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기로 했다. 따라서 징수규정 개정에 따른 가격인상은 불가피 하지만 상품다양화로 고객이탈을 최소화 하겠다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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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관련단체들이 음악산업발전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내용의 핵심은 음원사용료에 관한 것이다.(사진=한국음원제작자협회) |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산업과 정내훈 담당자는 “스마트폰 보급의 급격한 증대로 음악시장 사용료에 대한 협회들의 요구가 있어왔고, 지난해 1월부터 약 5개월 동안 23차례의 관계자 의견 청취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왔다.”며 “이번에 개정되는 사용료 징수규정은 권리자는 물론 서비스사업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조화롭게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음원 구입 빈도가 높은 젊은층에선 사실상 ‘음원가격 인상’이라며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가영(23·창원대)양은 “다양한 음원 상품을 내놓는다고는 하지만 결국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을 키우기보다 외려 불법다운로드가 성행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학생 최장우(24·부경대)군은 “저작권자의 권리증진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지출은 할 수 있겠지만 멜론 같은 곳에서는 3,000원 하던 걸 6,000원으로 갑자기 2배로 올리겠다는 것은 좀 소비자들에게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인 한송희(26·한양대)양 역시 “음원 인상의 취지는 좋지만 저작권자에게 이익이 가기보다는 가격 인상에 따른 유통업계만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닌가 싶다.”며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도 좋지만 정말 저작권자에게 이익이 제대로 가는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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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적용되는 ‘음원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 소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반면, 이번 징수개정을 반기는 여론도 많았다. 대학생 문현아(21·동의대)양은 “가격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너무 싼값에 음원을 이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저작권자 권익증진과 콘텐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상은 당연하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민지(26·동서대)양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 인상이 달갑지 만은 않지만 이번 가격 인상이 높아 보이긴 해도 CD를 구입하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결코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며 “다만, 가격인상에 따라 불법시장이 커질 것 같아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직장인 김현주(25·서울)양은 “그동안 애써 무시하면서 싼값에 음원을 이용해 온 건 사실이다. 가격인상이 부담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의견을 더 취합하고 홍보도 해왔더라면 이러한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저작권자의 권리증진의 측면에서는 매우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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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로 유명한 싸이는 국내에서 360만건의 다운로드에도 수입 1억원이 채 안 되지만 해외에선 290만 건의 다운로드만으로 28억 원이나 벌어들였다. (사진=싸이 뮤직비디어 화면 캡처) |
음식점이나 카페 등 음원 사용이 빈번한 곳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부산시 영도구에 위치한 3.3㎡ 규모의 작은 커피숍을 운영 중인 신숙자(36)씨는 “우리는 가게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음악을 틀어야 하는데,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상되어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다.”며 “너무 성급하게 가격을 올리는 것 같아 불만”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해 업계에 할인율을 단계적으로 차등화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도록 독려하는 한편, 가격인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 첫해인 2013년에는 30%를 할인해 적용하고, 매년 10%씩 단계적으로 원래 가격을 회복하도록 했다.
창원대학교 경제학과 김정기 객원교수는 “가격인상이 자칫 시장을 축소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인 한국 문화콘텐츠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며 징수개정의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개정안 시행 후 유통업계, 저작권협회, 관계부처가 잘 조율해 후속조치를 적절하게 수행해야 불법다운로드 등과 같은 음성시장의 발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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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음원유통서비스사 ‘멜론’의 메인 화면. 유통사들의 향후 행보가 음원시장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다. |
이제 바턴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향후 음원유통업자들(멜론, 올레뮤직, 엠넷, 벅스뮤직, 소리바다)이 자체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적정한 가격의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다면, 소비자 이탈을 초래해 디지털 음원시장이 성장하기는커녕 되려 축소되는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음원유통업자들과 관련 업계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산업과 김규직 사무관은 “정부는 변경되는 제도가 충분한 준비를 거쳐 안착하고 장기적으로 음악시장의 성장과 국민 모두의 풍요로운 음악 향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는 한편, 자칫 촉발될 수 있는 불법음원의 유통에 대한 단속도 계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음원유통사업자의 합리적인 가 격정책과 소비자들이 정책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홍보가 필수적이다. 모쪼록 올바른 가격 정책으로 저작권자의 권리가 제대로 대접받고, 이를 바탕으로 음악시장과 문화콘텐츠 시장이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