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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상처’를 수의사 ‘꿈’으로…이건학 군 건국대 수의대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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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3-01-07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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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 청양정산고 이건학 군, 입학사정관전형으로 건국대 수의예과 진학
충남 청양정산고 이건학 군, 입학사정관전형으로 건국대 수의예과 진학
 
“구제역으로 살처분되는 송아지를 보며 ‘의사’의 꿈을 접고 ‘수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농민들이 다시는 구제역으로 모든 것을 잃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동물전염병 백신을 개발하고 방역 전문가로도 활동하며 농촌 현장에서 헌신하고 싶어요.”

2010년부터 2011년 봄까지 전국을 휩쓴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과 고립의 상처를 몸으로 겪으며 ‘방역 전문 수의사’의 꿈을 키워온 한 농촌마을 고교생이 국내 수의학 분야 명문대인 건국대 수의과대학에 입학해 수의학도의 길을 걷게 됐다.

2013학년도 건국대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전형(KU기회균등전형-농어촌학생)으로 수의과대학 수의예과에 오는 3월 입학하는 이건학(충남 청양정산고 3) 군은 화려한 이력과 스펙, 포트폴리오보다는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자신의 진로와 관련한 뚜렷한 소신과 잠재력, ‘동물 수의학과 농촌 현장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정’만으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경쟁이 치열한 수의예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건국대 입학사정관실은 “문화, 사회, 교육적 혜택이 적은 농촌이어서 특별한 교외활동은 없지만 학교생활과 학업 모두 충실한 학생이었다. 또한 청양지역 축산농가와 사육되는 소의 수, 수의사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등 본인 진로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서류와 면접을 통해 드러났다. 특히 수의사가 된 후 꼭 지역에 돌아가 축산 농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포부를 가질 정도로 평소 수의학 분야에 일관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밝혔다.

한때 이 군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항암 치료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의사를 꿈꿨으나, 고교 1학년 때인 2010년 5월 시작된 구제역을 겪으면서 진로를 바꿨다.

구제역이 이 군 가족의 축사로도 번져 어려서부터 여물을 주고 오물을 치우면서 기르던 소 60여 마리를 산 채로 모두 땅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동물 ‘인공 수정사’인 아버지와 함께 농장일을 도우며 소의 인공수정 과정을 경험하기도 하고 송아지를 직접 받아보는 등 이 군에게 농장은 “동물에 대한 애정을 키우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꿈으로 인도해준 곳”이다.

하지만 구제역의 아픔은 소의 살처분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인심과 사람 관계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계 당국은 인공수정사인 이 군의 아버지가 청약지역 구제역이 처음 시작된 축산기술연구소에 드나들면서 구제역을 인근 농가로 전파했을 것으로 의심해 이 군의 아버지가 인공수정한 주변 14개 농가의 소 300여 마리까지 살처분했다. 이 군의 아버지 때문에 구제역이 마을에 퍼졌다는 소문이 퍼졌고 순식간에 전 재산을 잃고 분노한 지역 주민들이 이 군 가족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 힘든 시간이 계속됐다. 이 군은 “아버지는 스트레스로 쓰러져 어버이날 병원에 입원하셨고, 우리 가족은 이웃의 시선을 피해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다행히 아버지가 기술연구소에 출입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해가 풀리고 구제역의 확산 원인도 새로 밝혀졌지만, 당시 받은 상처와 충격은 ‘제대로 된 방역’에 대한 이 군의 소망을 더 간절하게 했다. 이 군은 “구제역이 발생하면 가축만 잃는 게 아니라 원래 축사로 쓰던 부지를 3년간 사용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며 “구제역 발생을 막는 방역전문가가 되고 싶어 수의과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 후 귀향해 동물병원을 열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가 수의학 연구자가 되길 바라지만 이 군은 지역 농민들의 동물을 돌볼 계획이다. 이 군은 “소가 3만 마리 사육되는 충남 청양지역에 수의사가 3명밖에 없고 이 가운데 2명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젊은 수의사가 꼭 필요하다”며 “사료 값이 올라 한숨을 쉬는 농민들의 짐을 더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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