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라 하더라도 직원에 대해 구체적인 기간과 지역적 범위를 정하지 않고 동종기업으로의 전업을 금지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11부는 최근 병리수탁회사인 A사가 전직원 이모(35)씨와동종회사 N사를 상대로 제기한 전업금지 및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날 결정문에서 “전업금지 약정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에 비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 자유를 제한하고 그 생존을 위협할 우려가 있어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로만 한정돼야 하고 근로자의 회사 내 지위와 직무, 전업금지 기간과 범위 등에 따라 유ㆍ무효가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러나 A사 근로계약서의 관련 조항은‘재직 시 습득한 제반의식 및 기술을 이용해 겸업행위를 하지 않는다’고만 규정돼 있고 기간과 지역, 대상직종 등이 명시되지 않아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이씨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밝혔다.
A사측은 “전업금지 조항은 합리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퇴사 후 1년 간, 특정지역에서, 동종업체인 N사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유효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광범위하게 전업을 금지하는 약정 자체가 근로자에게 위축적 효과를 가할 수 있어 원칙적으로 무효”라며 기각했다.
병ㆍ의원의 환자 진료를 위한 병리학적 검사를 대행하는 A사는 94년부터 전주영업소장으로 근무한 이씨가 지난해 6월 퇴사와 함께 동종업체인 N사의 전주지사 소장으로 옮겨가자 이씨와 N사를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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