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예상을 깨고 12일 장거리 로켓을 전격 발사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예고 지점에 낙하했다면서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51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 발사 직후 서해상에 배치된 이지스함 레이더가 로켓을 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9시49분에 로켓이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로켓이 발사된 뒤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정보당국은 정보 자산을 동원해 로켓의 탄착지점을 추적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로켓의 1단 추진체는 변산반도 서쪽에 낙하했고, 2단 추진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필리핀 근해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필리핀 근해에 떨어진 물체가 2단 추진체인지 페어링(덮개)인지 분석 중이라고 했다. 로켓 발사가 성공하려면 1단과 2단, 3단 로켓이 성공적으로 분리된 뒤 초속 7.6km 속도를 유지하며 발사체를 궤도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 당국은 로켓이 예고 지점에 떨어졌다면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군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비해 서해와 제주도 남방 해상에 세종대왕함과 서애류성룡함, 율곡이이함 등 이지스함 3척을 배치했다. 이지스함에 탑재된 첨단레이더(SPY-1)은 탐지거리가 1,000㎞에 이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국방부는 빠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북한 미사일 발사 성공 여부를 발표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오늘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다각적인 대응책이 모색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는 한국 정부는 물론 언론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갑작스러운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는 11일(현지시간) 북한의 로켓 발사가 10일 이상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 일본의 허를 찔렀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이 11일 발사대에서 로켓을 내린 것도 일종의 속임수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긴급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당초 북한은 전날 발사준비 과정에서 발견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로켓을 수리해 다시 장착하기까지 1주일은 걸린다는 점과 1, 2, 3단 로켓 점검 과정에서 추가로 문제가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예고한 발사 기한인 29일까지 발사 준비를 완료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2일 북한이 결국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기술적 결함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이번 장거리 로켓(은하 3호)의 1단 추진체로 사용한 '노동-B'(무수단) 미사일 엔진 기술이 불완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로켓 발사에 성공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북한이 2009년 4월 발사 때까지 사용한 '노동-A'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이지만 노동-B는 러시아의 SS-N-6 탄도미사일 로켓 엔진을 역설계해서 개발됐다.
북한은 사거리 3,000㎞ 이상인 무수단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서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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