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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관공서가 추구하던 ‘모던’건물의 모델
  • 문기용01
  • 등록 2012-12-11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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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도청 이전(8) 대전청사 건축과 도지사 공관
충남도청의 내포신도시로의 이전일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12월 18일부터 정무부지사실과 소방안전본부를 필두로 하여 28일까지 충남도 본청이 실·국별로 이전을 한다. 80년간 희로애락을 같이했던 충남도청사를 뒤로 한 채… 

전형적인 관공서 스타일 E자형 설계

남겨지는 충남도청사가 태어난 것은 지난 1931년 6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대전군청 서쪽에 있는 땅이 도청부지로 선정됐는데, 대전역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곳이다. 김갑순 소유의 가수가마치(春日町) 산초메(三丁目) 감사골 보리밭 6000평과 대전군이 제공한 4000평 등 모두 1만평이었다. 6월 15일 신축공사 기공식이 있었었는데, 건물은 연와조(煉瓦造) 지상 2층에 지하 1층의 1개동이며 지하 42평, 1층 718평, 2층 690평에 연건평 1451평의 규모로 설계됐다. 정면 55칸, 측면 33칸의 E자 형으로 계획되었는데, 일제 강점기 당시 관공서의 전형적인 모형이 E자 형이거나 뫼산(山)자 형이었다. 지붕을 철근 콘크리트 평지붕 마감으로 했는데 아마도 증축을 내다본 설계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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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의 도청 모습



설계는 조선총독부 영선계(營繕係)에서 했다. 영선계는 관청 건물 따위를 짓거나 수리하는 부서이다. 이와스키 센지(岩槻善之) 건축기사를 중심으로 설계가 이뤄졌고 현장은 총독부 관방 회계과의 후쿠이(福井常次郞)가 담당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설계도는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일제가 패망하면서 철수할 때 설계도를 가지고 갔다고 전해진다. 김수진 전 충남부지사는 “설계도가 없어 1960년에 3층으로 증축할 때, 건물이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지붕을 양철로 씌웠다”고 말한다. 

외관 1930년대 유행하던 스크래치 타일

토목 건축을 기공할 때 지신(地神)에게 공사의 안전을 비는 청사의 지진제(地鎭祭)가 6월 18일 열렸고 곧바로 공사에 돌입했다. 공사기간은 14개월이었는데, 타 도청이 공사기간이 2년 이상 소요되었던 점으로 미뤄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애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건축은 토건업자인 스즈키 겐지로(須須木權次郞)의 스즈키구미(須須木組) 회사가 맡았는데, 16만7400원으로 응찰했다. 예정 공사비가 30만원으로 계상되었던 점으로 미뤄 공기를 앞당겨 공사비를 줄이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청의 구조는 중앙출입구를 중심으로 좌우대칭을 보여주고 있다. 처마 난간대에 수평돌림대 장식이 있고 외관은 이 때 유행한 스크래치 타일로 마감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양쪽이 아치형으로 되어 있으며 중앙의 내부 계단 위에도 아치형으로 장식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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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도청건물과 앞 시가지 건물 모습


목원대 건축학과 김정동 교수는 “외장의 스크래치 타일은 속칭 ‘재봉선 타일’이라고도 불렀는데, 이 타일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 의해 1920년대 초 도쿄의 데이고쿠(帝國) 호텔에 쓰인 후 유행한 것으로 갈색의 표면에 거친 질감의 줄무늬로 독특한 입면을 구성하고 있고 타일은 벽돌과 같은 크기로 각각 나온 귀퉁이는 둥글게 했다”고 말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건물 내외부에 장식적인 요소를 많이 배치해 미적인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아치형 현관의 벽면들을 요철모양으로 파내어 장식적 요소를 가미했고 건물의 하중을 받치는 기둥과 기단의 모서리는 곡선 처리하여 유연성을 살렸다고 덧붙였다. 내부에는 천장과 바닥에 6종의 장식과 모자이크가 12개소나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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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내부의 모습. 아치형으로 처리하여 미적인 모습도 고려했다.


공사기간 14개월, 완벽한 건물로 탄생

향토사학자 김영한씨는 “비록 공기는 짧았지만 도청건물을 정성을 다해서 지었다. 건물 준공식에서도 완벽하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지은 평안남도청하고 유사한 형태였지만 훨씬 나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1939년 말 평양에 지어진 평남도청이 충남도청과 외관이 유사하게 지어졌는데, 형태와 스크래치 타일을 사용한 것이 비슷하다. 충남도청 건물은 당시 우리나라 관공서가 추구하던 ‘모던’건물의 모델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청 건물의 외관에는 독특한 입체문양이 있어 눈길을 끈다. 처음에는 일제의 조선총독부를 상징하는 문양이라는 시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가 뜯겨져 나가기도 했다. 충남도청 청사관리계 박경구 계장은 “조선 총독부를 상징하는 오동나무 문양이 아니냐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최근 학자들에 의해 1930년대 일본이 서양건축양식을 받아들이면서 도입한 것으로 당시 동서양을 망라해 유행하던 문양일 뿐 특별한 상징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건물 안 천장과 바닥에도 비슷한 문양이 모자이크돼 있다. 이 후 도청건물은 한국전쟁 당시 폭격의 피해를 입지 않아 그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1960년 3층으로 증축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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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외벽의 문양. 총독부 상징이라는 논란이 있었으나 전문가 조사결과 특별한 상징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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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현관의 천정에도 외벽의 문양과 똑같은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도청의 건물 말고도 대전시 중구 대흥동 326-67소재 도지사 공관도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건물이다. 지난 2002년 대전시문화재자료 제49호로 지정되었는데, 2002년 8월 23일 대전광역시문화재자료 제49호로 지정되었다. 1932년 충남도청의 준공과 함께 지어진 것으로, 당시 외지에서 부임해온 도지사가 거처하던 공관으로 역시 8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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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대흥동 소재 도지사 공관의 모습. 고전적 직선미를 추구한 아르 데코풍이다.



도지사 공관, 고전적 직선미의 아르데크풍 

연건평 382㎡이며 2층으로 되어 있고 외장은 적벽돌 치장 쌓기를 했다. 내부는 타일로 장식했는데, 거실과 방 등 주요 공간이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고 각 공간이 기능에 따라 배치되어 들쭉날쭉하다. 창은 남쪽으로는 넓게 내고 거실과 계단, 측면 벽 등 곳곳에 장식창을 내어 외부의 빛을 실내로 끌어들인 점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전통적인 한옥의 장점을 도입했으며 거실, 식당, 방 등의 공간배치는 동선의 흐름을 중시하는 서양식을 따르고 있다. 전체적인 건물양식은 공업적 생산 방식을 미술과 결합시킨 기능적이고 고전적인 직선미를 추구한 아르 데코풍이다. 

공관 정문 앞쪽으로 충청남도의 국장급들이 거주하는 국장 관사가 여러 동 도열해 있어 관사촌으로 불리고 있다. 1932년 당시에는 도지사 공관 양 옆으로 경무부장, 내무부장, 산업부장 등이 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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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도지사 공관 양옆으로 도청 국장들의 관사가 도열해 있는 관사촌의 모습.


 도청 바로 뒤에는 경찰의 계장급 관사가 있었고 충혼탑 아래쪽으로 도청의 계장급 관사가 있었다. 법원 주변에는 법원과 검찰의 간부들의 관사가, 대전역 주변에는 철도국 직원들의 관사가, 인동에는 헌병대 관사가 있었다고 한다. 김수진 전 충남도부지사는 “관사라는 것은 일제가 식민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간부들의 집을 마련해 한 곳으로 모아놓은 것이다. 그래서 신흥도시인 대전에는 유난히 관사가 많았고 관사 주변으로 도시가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제 12월이 지나면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의 이전을 완료한다. 그와 동시에 충남도청사와 도지사공관은 대전시에 남겨진다. 이제 남겨진 청사건물과 공관건물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간의 용도에 역할을 충실히 한 건물들의 한 역사가 마감되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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