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 취재진과 만난 주부 김현아(62·성북구 삼선동) 씨는 선물세트 가격을 곰곰이 따져 보더니 이같이 지적했다.
식용유와 참치, 햄, 샴푸, 치약 등을 섞어 포장하는 추석(30일) 선물세트 가운데 단품을 모아 살 때보다 많게는 두 배까지 비싼 경우가 많아 소비재 시장에 ‘폭리’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선물세트는 유통기한,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부위를 눈에 띄지 않게 포장하는 사례도 잦아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문화일보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추석 선물 구매처로 가장 많이 찾는 대형마트 3사의 서울 시내 매장을 조사한 결과, 추석을 앞두고 예약판매되고 있는 가공식품·생활용품·정육 선물세트 중에는 단품을 직접 모아 살 때보다 비싼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조가 ‘해표 정성 12호’로 이름 붙인 선물세트의 가격 격차가 가장 두드러졌다. 식용유인 카놀라유 500㎖ 제품 2개와 살코기 참치캔 100g짜리 3개로 조합된 선물세트 가격은 1만2800원. 그러나 시중에서 단품을 모아 사면 절반가에 살 수 있었다.
실제 이 회사의 900㎖짜리 카놀라유 제품은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에서 3140원에 판매돼 100㎖ 단위 가격으로 환산하면 348원이었다. 500㎖짜리 2개인 1000㎖ 용량으로 환산하면 3480원. 살코기 참치캔 100g짜리 3개는 대형마트 가격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950원에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단품을 모아 구매하면 선물세트보다 50% 저렴한 6430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200g짜리 9개를 묶은 롯데햄의 ‘흑마늘 로스팜 1호 선물세트’ 가격은 2만9800원이지만 대형마트에 가면 200g짜리 3개를 할인가로 585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결국 1만7550원이면 살 수 있는 제품을 포장비 명목으로 70%나 더 주고 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한 대형마트의 이 제품 예약판매 안내서에는 ‘알찬 구성과 실속 있는 가격으로 준비한 대표 선물세트’라고 적혀 있었다.
생활용품도 20~30%가량 비싼 경우가 적지 않았다. 치약 95g짜리 4개·샴푸 200㎖짜리 3개로 구성된 A사의 추석 선물세트 가격은 2만2900원이지만 개별 구매하면 1만5162원에 살 수 있다. 21%가량 더 비싼 셈이다. 샴푸·린스 200㎖짜리 1개씩과 보디워시 180㎖짜리 2개, 치약 95g짜리 7개 등으로 구성된 A사의 또 다른 추석 선물세트 가격은 1만9900원으로 개별 구매액(1만5380원)보다 29%가량 높았다.
정육 세트는 기본적으로 일반 소매가보다 훨씬 비쌌다. B 대형마트가 자체 브랜드로 출시한 한우 등심 세트는 1등급 한우 등심 500g짜리 6개를 묶어 2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 11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분석한 전국 한우 등심 1등급 소매 평균가는 100g당 6312원. 이 가격을 기준으로 3㎏ 선물세트를 만들면 18만9360원으로 19% 정도 저렴하다. 3.2㎏짜리 1등급 한우 갈비 세트 가격은 19만5000원으로 전국 소매 평균가 기준 13만4368원보다 45%나 비쌌다. 4500원 상당의 갈비 양념 값을 제외해도 42%가량 가격이 높았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선물세트 대부분은 육안으로 유통기한을 확인할 수가 없다. 선물용 한과 세트 등의 경우 ‘원산지 별도 표기’ 문구 외에는 원산지를 알 수 없다.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유모(45) 씨는 “선물로 주기 위해 복숭아 상자를 샀다가 좋지 않은 부위를 눈에 띄지 않게 포장해 놓은 것을 뒤늦게 발견해 환불하려다가 일정이 바빠서 그냥 가족끼리 먹고 말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