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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장에는 특별한 치즈가 있다
  • 장선익
  • 등록 2012-08-20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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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 신풍면 서옥영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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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신풍면 석송목장의 젖소들.



그녀의 목장에는 특별한 치즈가 있습니다. 꿈과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그녀는 충남 공주시 신풍면에서 석송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서옥영(51) 씨입니다. 지금은 소똥을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다니는 그녀는 원래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 신입 직원들을 교육하는 강사였습니다.

그녀의 특별한 치즈 이야기는 남편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농촌을 꿈꾸는 도시 청년을 만나 귀향하다

서울서 화장품 기업 강사를 하던 그녀가 고향에 잠시 내려왔다가 지금의 남편 최봉기(55) 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편이란 사람이 보통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27살이던 1983년 서울에서의 넉넉한 삶을 내던지고는 “나는 무조건 시골에서 살고 싶다”며 공주에 작은 땅을 사 귀농한 사람입니다.“무작정 시골로 내려와 곡괭이로 개간을 하고, 나무를 심고, 송아지 3마리를 분양 받아 농장을 차렸어요. 그리고 2년 후 저를 만나게 된거죠.”

1985년 서 씨는 동창생의 ‘사기에 가까운 소개’를 받고 남편을 만났다고 합니다. 첫번째 만남에서‘3년 내에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등의 말하며 서 씨의 심기를 건드리던 남편이 돌연 두 번째 만나자마자 청혼을 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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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영 씨와 남편 최봉기 씨.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목장

부부는 밤낮으로 목장을 돌봤습니다. 젖소 3마리에 송아지 2마리로 시작한 목장은 식구가 점점 늘어가며 잘 되는듯했습니다. 하지만 자기 몸 안 돌보며 일을 무리하게 한 탓에 3년 만인 1988년, 부부 모두 몸이 아파 도저히 목장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젊은 사람이 없던 농촌에서 이웃의 일을 도와주다 허리에 심각한 고장이 생긴 것입니다. 부부는 하는 수 없이 목장을 접고 서울행을 택했습니다. 목장을 정리할 때가 하필 소값 파동이 일어나면서 마리당 160만 원 주고 산 젖소를 17만 원에 팔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몸이 나아지니 ‘시골을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이 다시 동했나 봅니다. 서울 온 지 2년 만인 어느 날 남편이 승용차를 팔고 트럭을 사오더니 “나 시골 간다”고 하더랍니다. “여기선 도저히 못 살아, 여기는 사람 사는 데가 아니야”라고 말하며 남편은 시골로 먼저 내려갔습니다.

남편의 두번째 도전을 함께 하다

귀향한 남편은 왕우렁이 양식을 시작했습니다. 종자를 들여 신나게 번식을 시키며 이제 막 상품화가 되려던 차, 친구가 실수로 수로를 끊는 바람에 100% 폐사했습니다. 두 번째 실패를 겪으면서도 시골에 살고 싶어 고민하는 남편에게 그녀는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시골로 오기는 싫었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기도 했거니와 벌이도 시원치 않았기 때문인데요.

망설이던 그녀에게 남편은 “당신과 함께 안 하면 난 타락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했고, 그녀는 결국 다시 목장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리당 350만 원에 만삭이 된 소 3마리를 샀습니다. 그리고 정성으로 키웠더니 소는 계속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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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가물 0%의 요거트와 짜지않은 스트링치즈.



스스로 시작한 새로운 꿈

목장을 키우던 그녀는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가공에 관해 관심과 함께 이대로는 영원히 남편의 보조자만 될 것이라는 각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0년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 목장이라는 경기도 여주의 은아 목장을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목장주는 남편의 5촌 조카며느리이기도 했는데요. 도도한 목장주인은 기다리는 동안 아주 작은 치즈 4조각을 내놓았는데요.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이 ‘입에 탁 붙더라’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나도 이것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치즈 관련 공부를 하면서 일본,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 해외도 다녀왔습니다. 2003년 발족한 축산기술연구소 '한국목장형유가공연구회'의 활동을 비롯해 일본에 있는 낙농학원대학 등에서 연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치즈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녀가 만드는 치즈가 특별한 까닭

치즈는 우유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염장을 하게 되고 그래서 치즈가 짠 거지요. 그런데 석송목장에서 만드는 치즈는 짜지 않습니다. 또 요거트는 달지도 않습니다. 치즈는 소금을 최대한 적게 넣었고 요거트엔 첨가제를 넣지 않습니다.

오랜 고민과 공부 끝에 비법을 만들어냈다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달라니 비밀이랍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들고 있는 치즈를 가리켜 “이거 하나 만들기 위해 죽을 만큼 애를 써서 만든 것”이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석송목장에서는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치즈만들기 체험프로그램도 열립니다. 이 프로그램도 독특한데요. 2시간 반의 시간 동안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체험 프로그램 시작 전에 미리 단계별 과정을 준비해 체험객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또 요리까지 만들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참가자들이 내는 체험비용보다 2배의 비용이 들어 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합니다.

그래도 그녀는 말합니다. “기업형 치즈 만들기 체험장처럼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입맛에 맞는 치즈를 제대로 알리는데 목적이 있어요. 특히 아이들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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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이름을 갖고 있는 젖소는 서옥영씨의 가족이기도 하다.



좋은 우유가 좋은 치즈를 만든다

치즈는 원유가 깨끗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석송목장의 치즈는 짜지 않으면서도 맛있기로 소문났데요. 목장에 직접 가보니 서 씨가 말하지 않은 비법 중 하나는 알겠더군요.

바로 소와의 교감이었는데요. 서 씨는 수 십 마리의 소에게 다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줍니다. “옥빈아~, 하짱아~”그러면 소들이 정말 자기 부르는 것을 알아듣고 온답니다.

가족처럼 관심을 가지니 매일 새벽과 저녁에 두 번 젖을 짤 때 건강상태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치즈

그녀는 요즘 고민이 있습니다. 치즈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최소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냄비 하나로 치즈 만드는 체험을 했다지만, 학교 체험 등 단체 수용과 완성도 높은 체험을 위해서는 고급 숙성실과 각종 체험 설비들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그녀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몇 년 전 열심히 활동하는 그녀에게 10억 원을 지원해주겠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남편이 거부해 결국 무산됐고, 그때 그녀는 한 달 동안이나 속상해하며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때 지원을 받았으면 아마도 그 시설들이 지금은 썩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땐 준비가 덜 되었었다고 합니다.

이제 그녀는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설이 마땅치않아 시도하지 못했던 고급스러운 치즈도 만들고, 더욱 풍부한 치즈 체험도 해보려고 합니다.

“체험도 하고, 구경도 하고, 쉬어가기도 하는 제대로 된 체험장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그녀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목장에서 명품 치즈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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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먹으면 반하게 되는 수제품. 물량이 많지 않아 떠들썩하게 홍보 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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