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아스널)의 외침은 짠했다. 그는 8일 브라질과 런던올림픽 4강전 후반 25분 교체투입됐다. 이미 스코어는 회복 불가능한 0-3이었다. 패배가 익숙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은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포기하지마". TV 화면에 잡힌 박주영의 입모양은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 첫 선발 제외였다. 그는 골 가뭄을 해갈하라는 특명을 받고 와일드 카드(23세 초과선수)로 합류했지만 부진을 거듭했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2차전 골을 제외하면 낙제점이었다. 소속팀에서 벤치만 지켜 실전감각과 체력에서 문제를 나타냈다. 어쩌면 베스트11 제외는 당연한 결과였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과 후배들에게 미안함 마음 뿐이었다. 벤치에서 삼바축구에 농락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가슴이 찢어졌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팀 맏형으로서 티를 낼 수 없었다. 동갑내기 정성룡(수원)과 김창수(부산)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마저 흔들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터치라인에서 교체를 기다릴 때부터 외쳤다. "포기하지마. (기)성용. 괜찮아". 그는 그라운드에 들어가면서도 계속해서 "포기하지마"를 외쳤다. 해줄 수 있는게 격려 뿐이었다. 박주영은 짧은 20분이었지만 전심전력을 다해 뛰었다. 볼 경합 중 넘어졌는데 기어가서 볼을 따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의 지동원(선덜랜드)-김현성(서울) 투톱 카드는 실패였다. 어쩌면 기대 이하였던 김현성 대신 박주영 카드를 쓰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박주영은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일본과 3-4위전에 속죄포를 쏘겠다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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