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우리당 김종하(창원갑), 오세훈(강남을) 의원이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정치후배에게 길을 터주고 정치 개혁을 위한 밑거름이 되겠다는 대의를 위한 희생이다이와 관련 김종하 의원은 언론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패배 이후부터 이번 총선에 불출마키로 결심했으며, 어제 신년모임을 겸해 지구당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김 의원은 "유능하고 역량있는 후진에게 정치입문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러나서 후배들을 키우겠다"고 말했다.오세훈 의원도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저의 불출마가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만드는 조그마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 '내 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강조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오의원은 "나라와 정치가 바로서려면 원내1당인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하며, 한나라당이 바뀌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버리는 데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아울러 "한나라당의 `공천 내홍'은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강조하고 이런 저의 결정이 대단한 결정은 아니지만 지난번 용퇴론을 제기했던 것과 똑같은 맥락으로 많은 선배들이 스스로 거취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완전히 그만두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만 둔다"고 답한 뒤, 정계은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초선 의원이고, (정치를 한지) 4년밖에 안됐는데 정계은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제 나이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 한편 한승수 의원도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미 4년전에 생각을 했고 한달전께 마음을굳혔다"며 "최소한 선거 3개월전에는 뜻을 밝혀야 총선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충분한시간을 갖고 대비할 것 같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아울러 "공직생활을 하는 16년 동안 권력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한 적이 없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단기적 정치 이익보다는 역사에 책임질 수 있는 국가이익을 앞세워 일해 왔다"는 소회를 밝혔다이로써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김찬우(후배에게 길 열어주겠다) 박헌기(후배에게 길 열어주겠다) 윤영탁(후배에게 길 열어주겠다) 김용환(후배에게 길 열어주겠다) 양정규(후배에게 길 열어주겠다) 주진우(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강삼재(정계은퇴) 의원을 포함, 10명으로 늘어났으며, 국회의장이 되면서 당을탈당한 박관용( 의장직 마치면 출마안하는 관례를 세워야 한다) 국회의장을 포함할 경우 11명이 된다.시대의 임무를 마감하고 이제 새로운 인물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11명 의원들의 아름다운선택, 아름다운 퇴장이 있었기에 한나라당의 미래는 밝고 큰 희망으로 가득차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다음은 오세훈 의원이 불출마 선언과 함께 남긴 정치 참회록을 겸한 기자회견문으로 이시대를 살아가는 정치인과 국민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아 전문 그대로를 실어본다 <오세훈 의원 기자회견문> 저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새로운 한 세기를 여는 길목에서 치러진 2000년 총선은 우리 정치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동안의 '그들만의 낡은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함께 하는 우리의 정치'로 거듭나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던 것입니다.저는 그러한 과제를 실현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현실정치에 발을 디뎠고, 한나라당을 통해서 우리 정치의 누적된 잘못을 고쳐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분적이나마 국회운영의 합리화와 제왕적 총재제 폐지라는 작은 결실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음에 위안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었습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힘겨운 갈등에 가슴 아파했고, 이것은 정치개혁과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 참여한 제게 참으로 견디기 힘든 자기모순이었으며 커다란 고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정치개혁의 실현을 목표로 삼았던 시대에 오히려 '개혁의 상실'을 경험했으며, 그 현실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지난 4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먼저 정치 현실에 정통하지 못하면서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덤벼든 무모함이 부끄럽고, 잘못된 길을 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묵인한 무력함이 부끄럽고, 묵인을 넘어서서 어느 사이 동화되어간 무감각함이 부끄럽고, 미숙한 자기 확신을 진리인 양 착각한 무지함이 부끄럽고, 세계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심 무시하고 배척한 편협함이 부끄러우며, 그리고 이렇게 부끄러운 자신의 입으로 역사에 공과가 있음을 애써 무시하고 선배들께 감히 용퇴를 요구한 그 용감함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흔들리는 나라를 살리려면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하고, 정치를 바꾸려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하고, 한나라당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꾸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이었음을 이해하여 주십시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제 자신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는 데에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대로 이제 실행하려 합니다.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 지난 번 지구당위원장직 사퇴에 이은 이번 불출마이며, 이것이 정치권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공천과 관련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는 국민들이 연상하는 음습했던 과거는 이제 떠나보내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의 희망을 담아낼 수 있는 당으로 재탄생하는 길이라 믿으며, 이번 저의 불출마가 그러한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만드는 조그마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 '내 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를 드리고, 아쉬움과 실망을 남기게 된 점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나 국회만이 국민을 위하는 유일한 장소는 아닙니다. 어디에서든 정치개혁의 완성을 위하여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아울러 성숙한 정치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노력할 것입니다. 그동안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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