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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온라인 투표에서 얻은 1만136표 가운데 58.8%에 해당하는 5965표는 한 장소의 컴퓨터에서 여러 사람이 투표한 이른바 '중복 IP 투표'로 얻은 표라고 검찰이 4일 발표했다. 온라인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 의원은 2위 오옥만 후보(국참당 계열)보다 4948표를 더 얻었는데, 특히 중복 IP 투표로 얻은 두 후보의 표 차이가 그중 70%가 넘는 3664표에 달했다.
중복 IP 투표에서 몰표를 얻은 것은 경선 당시 당권파였던 이 의원이 조직 표를 많이 얻었기 때문으로 부정 경선을 직접적으로 증빙하는 자료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검찰은 공개투표나 대리 투표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중복 IP 소재지를 관할하는 전국 13개 검찰청에 수사자료를 보내 동시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투표자 4만1941명 가운데 3만6486명(87.0%)은 온라인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인 1만8885명(51.8%)이 중복 IP 투표자로 나타났다. 이런 결론은 진보당이 지난달 말 발표한 2차 진상 조사 결과와 맥락이 같은 것이다. 5명 이상이 같은 IP를 사용한 경우는 1만2213명(885개 IP), 10명 이상이 같은 IP를 사용한 경우는 8890명(372개 IP)이었고, 100명 이상이 같은 IP에서 투표한 게 1347명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전체 중복 IP 투표 수인 1만8885표 중 5965표(31.5%)가 이석기 의원에게 갔다. 윤금순 의원이 2370표(12.5%), 오옥만 후보가 2301표(12.1%), 나순자 후보가 1796표(9.5%)를 중복 IP 투표로 얻었다.
한 IP에서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경우도 여럿 발견됐다. 문경식 후보는 전남 지역의 한 IP에서 투표된 286표의 100%를 모두 얻었고, 오옥만 후보도 제주 지역 한 IP에서 270표를 얻었다. 이석기 의원도 전북 지역의 한 IP에서 투표된 82표를 '싹쓸이'했다.
검찰은 "1개 IP당 49명 이상 투표한 30개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한 IP에서 특정 후보 지지율이 100%가 나온 사례가 12건, 80% 이상 나온 사례가 21건"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 의원이 얻은 중복 IP 투표 가운데 거주하는 주소와는 동떨어진 다른 지역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투표한 경우도 상당수 확인, 대리 투표를 의심하고 있다.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진보당원 가운데 60대 이상이 1197명 나왔다. 검찰은 진보당원의 주류가 20~40대임을 감안할 때 상당 부분이 유령 당원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할 예정이다. 60대가 892명, 70대가 278명, 80대가 25명, 90대도 2명이 있었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같은 주민등록번호로 투표한 6건 ▲휴대전화 번호가 같은 투표 10건 ▲투표인의 주민번호 또는 휴대전화 번호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18건을 발견하는 등 '유령 당원'이 존재한다는 다른 증거도 일부 확보했다.
진보당은 신·구당권파를 가리지 않고 반발하며 검찰 수사를 거부키로 했다. 신당권파 이정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명확한 이상 통합진보당은 검찰의 모든 조사에 불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당권파 김미희 의원은 "지난 2차 진상조사특위가 의뢰해 작성된 외부 IT 전문가 보고서에 크게 못 미치는 내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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