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후 대입 준비생인 임모(22)씨가 한강대교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한강대교를 지나던 A씨는 다리 위에 놓인 슬리퍼, 모자, 휴대폰 등을 보고 119에 신고를 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은 "조류 등을 감안해도 4분이면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들은 A씨가 신고한 지 16분이 지난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찰은 임씨가 여자친구, 가정환경 등의 문제로 3일 오후 5시 54분에서 58분 사이 한강에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씨가 여자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각이 오후 5시 54분이고, A씨가 119에 신고한 시각이 5시 58분이기 때문이다.
119 신고 녹음을 확인했더니, A씨는 오후 5시 58분 119에 전화를 걸어 "동작대교. 그 노량진 쪽에 있는 거 가까운 덴데요. 여기에 다리에 슬리퍼랑 모자랑 핸드폰이랑 우산이 이렇게 놓여 있거든요"라고 했다. 실제 A씨가 있던 위치는 한강대교였지만, 동작대교로 착각한 것이다. A씨는 이어 "여기가 어디냐면 생명의 전화 SOS 있고요, 인명구조 장비 보관함 바로 옆이에요"라고 추가 설명을 했다.
'생명의 전화 SOS'는 마포대교, 한남대교, 한강대교, 원효대교에 설치돼 있다. 동작대교에는 생명의 전화 SOS가 설치돼 있지 않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서울시 종합방재센터는 아무런 의심이나 추가 질문 없이 사고 현장을 동작대교로 결론지었다. A씨가 "생명의 전화 SOS 옆에 있다"는 말을 하자, 신고 접수자는 "아, 그 동작대교 상이고 동작대교 남단이네요?"라고 할 뿐이었다.
이 같은 정보와 판단을 갖고 서울시 종합방재센터는 영등포 수난구조대에 동작대교로 출동할 것을 지령했다. 영등포 수난구조대가 5분도 걸리지 않아 동작대교에 도착했지만, 임씨의 흔적은 물론 신고자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이상히 여긴 출동대원이 A씨와 통화를 해 "다리 얘기 하지 말고 어디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한강에서는 다리 이름을 잘못 알고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노량진 본동에서 용산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영등포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그제서야 한강대교라는 것을 알고 이동해 임씨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수난구조대원이 한 질문을 최초 신고 접수자가 했더라면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었던 대목이다.
결국 수난구조대는 신고가 접수된 지 16분이 흐른 오후 6시 14분 현장에 도착했고, 6시 36분 임씨의 시신을 찾았다. 투신 후 4분이 지나면 뇌사 등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 전에 도착해 구조해야 한다.
서울시 종합방재센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신고자의 위치를 묻고, 어떤 재난으로 신고했나를 묻는 게 매뉴얼이라면 매뉴얼"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디애나주(州)의 '911 센터 신고접수자 교육용 매뉴얼'에는 "신고자는 당황한 상태다. 통화의 주도권을 잡고, 주변의 건물이나 도로 등을 물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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