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는 초반부터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밤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날 처음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1주일에 한 차례 정도 열리는 이 회의는 주로 수석실별로 현안을 보고하고 의견을 나누는 통상적인 자리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달 26일 이 대통령의 부재 중 국무회의에서 처리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군사정보협정)을 둘러싸고 `졸속 처리'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이 대통령은 여느 때와 같이 수석실의 현안을 보고 받고, 3∼4분간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 다른 문제는 제쳐놓고 거의 군사정보협정 처리 과정의 미숙함에 대해 질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도 참석했지만, 국내에 남아 국무회의에서의 군사정보협정 처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은 불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기획관과 같은 수석급 기획관인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 등은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참모는 "수석비서관회의의 참석 범위는 원래 정해져 있다"면서 "외교안보수석이 참석하기 때문에 원래 김 기획관은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을 고려할 때 정보보호협정의 `비공개' 국무회의 안건 상정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 김 기획관이 직접 참석해 소상하게 보고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은 순방 중 천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국무회의를 포함해 국내 절차를 거쳐 29일께 양국이 서명할 것"이라고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처리될 줄은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후문이다.
박정하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협정이 즉석 안건으로 올라간 데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군사정보협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될지도 보고를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일로 청와대를 비롯해 외교통상부ㆍ국방부 등 관련 부처가 싸잡아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누군가 사건의 전말을 설명할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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