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의 수락산, 청계산, 소요산, 천보산은 서울 도심과 가깝고 경치가 수려한 것으로도 유명하며, 산행하기에 알맞은 높이여서 많은 시민들이 즐겨찾는 산이다. 그러나 편안하고 상쾌한 휴식처가 되어야 할 산에 미군이 어지럽게 낙서를 해놓아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수락산은 638m의 높이로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하고 있다. 509봉에 올라서면 5개 바위에 낙서가 되어있다. 녹색연합 회원모임인 ′녹색친구들′이 2년 전부터 낙서를 지우는 활동을 한 결과 지금은 내용을 알아볼 수 없지만 빨간색, 파란색 등의 스프레이 얼룩이 남아있다. 산 아래에는 미군부대 캠프 스탠리가 있다.
청계산은 618m의 높이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하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도랑이 흐르고, 쑥이 곳곳에 자라고 있고, 키작은 꽃들이 퍼져 있어 정겨운 시골을 연상케 한다. 또 등산로를 따라 병꽃나무와 철쭉이 활짝 피어있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청계산 정상인 망경대는 크고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꼭대기에 올라서면 서울시내가 모두 한눈에 들어오고 푸르른 녹음이 눈이 맑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청계산 꼭대기 바위 곳곳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낙서가 많다. 검정색, 빨강색, 흰색, 파란색 등으로 어지럽게 영문을 적어놓았다. ′녹색친구들′이 오랜기간 온갖 방법으로 낙서를 지우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지우지 못했다. 페인트 지우는 약품을 사용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미군이 한국에서 생산되는 페인트가 아닌 미군에서만 쓰는 페인트를 이용해 낙서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더욱이 제거작업을 벌이고 난 후에도 미군들이 또다시 낙서를 한 것을 확인했다. 청계산 안쪽에 미군부대 레이놀즈 사격장이 있다.
소요산에는 공주봉(526m)과 의상대(535m) 2개의 봉우리에 낙서가 되어있는데 공주봉 4개소, 의상대 8개소에 입이 벌어질 정도로 낙서가 많고 아슬아슬한 절벽까지 낙서가 되어 있다. 페인트를 통째로 절벽에 부은 흔적도 보인다. 소요산 근처에는 미군부대 캠프 호비, 캠프 케이시, 캠프 님블 등이 위치해 있다.
천보산은 423m의 높이로 경기도 양주군 회천읍에 위치하고 있다. 천보산에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큰 미군부대 마크가 그려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케 한다. 얼마나 크고 선명한지 도로변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경기 2청사 맞은편의 중턱 절벽에 가로 세로 10m 크기로 노랑 등 원색으로 미군부대 마크가 그려져 있다. 1977년 인근에 주둔한 미군들이 그리기 시작해 97년까지 덧칠됐다. 지난 1월 미군 관계자가 "마크는 병사들의 전·출입 때 기념행사로 그린 것"이라며 "더 이상 덧칠은 하지 않겠지만 지울 생각은 없다"고 했다가, 3월에는 의정부시와 미군이 함께 낙서를 지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지우지 않고 방치해놓은 상태이다. 천보산 아래에는 미군부대 캠프 씨어즈가 있다.
산은 우리가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자연유산이므로 소중히 다뤄야 한다. 따라서 환경부와 외교부가 나서서 미군과 협의를 해야한다. 우선 4개 산을 포함하여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환경훼손 행위가 있었는지 정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 나아가 흉물스런 낙서를 지우고 훼손된 경관에 대한 복원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고 확인, 감시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방관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에 미군들이 계속해서 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정부부터 나서서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특히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국방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방부임을 명심하고 한미연합사 창구를 통해서 문제가 된 훼손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고 피해실태를 조사하여 복원해야 한다.
<민동운 기자> min@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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