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범위한 대리투표 정황 짙어져…이석기의원 거취 관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에 대한 당 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동한)의 조사 결과, 비례대표 경선의 85%를 차지했던 인터넷(온라인) 투표의 상당수가 동일 아이피(IP)를 통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가 곧바로 부정선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 한곳에서 60~200여명의 당원들이 특정 후보에게 100% 몰표를 던진 사례도 다수 확인돼, 현장에서 ‘대리투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사례는 당권파인 이석기 의원을 포함해 비당권파 및 참여당 계열 등 정파에 상관없이 나타났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2차 진상조사특위의 자료를 보면, 최소 30여개의 동일 아이피에서 적게는 60여명, 많게는 200명이 넘는 당원이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일 아이피에서 투표한 당원이 가장 많은 경우는 모두 286명이 투표한 사례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출신 문경식 후보가 100%인 286표를 모두 얻었다. 해당 아이피를 쓴 곳은 농민회 사무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로 많은 당원들이 같은 아이피에서 투표한 곳은 제주도의 한 건설회사 사무실로, 270명이 이곳에서 같은 아이피를 통해 투표했다. 270명 모두 제주 출신인 참여당 계열 오옥만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특히 이 건설회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고아무개씨는 지난 5월2일 발표된 1차 진상조사위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동일 아이피로 202명이 투표한 노조 사무실도 있었는데, 202명 가운데 131명이 민주노총 출신인 이영희 후보에게 투표했다. 동일한 아이피에서 투표가 진행됐지만 71명은 다른 후보에게 투표해 표가 분산됐다.
그러나 이영희 후보의 사례를 제외하고 당원들이 동일 아이피로 투표한 상위 10곳을 분석해보면 5곳에서 100%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등 대부분 특정 후보에게 몰표가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 동일 아이피에서 82명이 투표한 현대차 한 지역공장의 노조 사무실에서 100%인 82표를 모두 얻었다. 당에서 출당 절차가 진행중인 이 의원의 동일 아이피 집단 몰표에서 부정 행위가 최종 확인될 경우 그의 거취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보건의료노조 출신인 나순자 후보 역시 병원 노조 사무실로 알려진 동일 아이피에서 112명이 투표했는데, 112표 모두를 얻었다.
동일 아이피 100% 집단 투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 사무실에서 당원들을 대상으로 대리투표를 해줬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원이 미처 투표를 하지 못한 당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 당원 휴대전화로 날아온 인증번호를 물어본 뒤, 이를 이용해 대리투표를 한 사례(<한겨레> 5월21일치 1면 참조)가 발견된 적도 있다. 진상조사위는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 건수를 집계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대리투표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특위는 원래 24일 저녁 전국운영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보고하기로 했으나, 보고서 작성에 신중을 기한다는 이유로 결과 보고를 연기했다. 조사위는 이르면 27일께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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