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를 베어내? 말어?'
대한제국의 정궁이었던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놓인 가로수를 놓고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를 주장하는 쪽(우리문화재 바르게 지킴이)으로부터 덕수궁 안이 가로수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로수를 없애야 한다는 민원이 두 차례 들어왔다"며 "대한문 앞에 위치한 가로수를 베는 것을 놓고 현재 고민 중에 있다"고 했다.
우리문화재 바르게 지킴이측은 대한문 앞의 가로수가 고궁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담장 앞의 나무의 뿌리가 커질 경우와 태풍의 영향으로 또는 수명이 다해갈 무렵 쓰러졌을 경우 담장을 훼손할 수 있고 나무의 그늘로 인해 담장에 습기가 생기면서 담장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광화문의 경우 광화문 좌·우 담장을 복원하면서 담장을 가리는 가로수나 화단의 꽃들이 없어져 창건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덕수궁 대한문 앞 뿐만 아니라 서울의 고궁 주변에 위치한 200여개의 가로수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문화재 바르게 지킴이 소속 권대성 한국불교미술박물관장은 "궁궐 주변의 경우 담장에서 10m에서 부터 100m까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며 "문화재보호법에는 고궁담장의 밖으로 각각 10m 이내에는 절대보호구역으로 정하여 창건당시의 모습으로 환경을 유지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궁을 관리하는 문화재청도 권 관장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문화재청 소속 박정상 덕수궁관리소장은 "덕수궁 대한문 앞의 가로수는 우리나라 고유수종이 아니라 가중나무(중국대륙 원산의 낙엽활엽교목)로 돌풍이나 태풍이 불 때 가지가 부러지거나 넘어지곤 한다"며 "녹화(綠化)도 필요하지만 외부에서 고궁을 볼 수 있도록 크기가 높지 않는 식재를 다시 심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 역시 "덕수궁의 경우 중구청에 나무 제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나무를 강제로 제거하지 않고 담장(평균높이 4.2m)보다 높이가 낮는 나무를 이식하려고 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덕수궁 앞 가로수를 관리하고 있는 중구청도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중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대한문 앞의 가로수가 6~7m 정도로 너무 커서 덕수궁 내 수목들이 가로수에 가려 햇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시와 협의해 가로수 교체를 추진하다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나무자체가 주는 혜택이 있기 때문에 담장 주변의 나무를 전부 없애자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서울시의 고민은 바로 예산부족 문제와 시민들의 여론이다. 가뜩이나 지자체의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목을 교체하면 많은 예산이 발생하기 때문에 나무를 전부 벨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가로수를 전부 베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고 수많은 시민들의 보행에 있어 그늘을 만들어 주는 가로수를 전부 벨 경우 시민들의 반대여론에 의한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우리문화재 바르게 지킴이측의 두 차례 민원제기에 대해 "가로수가 제공하는 여러가지 기능을 볼 때 반대 민원이 제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아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문화재청, 자치구, 관련 전문가, 시민, 학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회신을 보냈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문화재 바르게 지킴이 일부 회원들과 면담에서 "시간을 갖고 면밀하게 살펴보자"고 했다고 한다. 박 시장 취임 이후 그 어느 시장 때보다 우리 문화재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서울시의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져만 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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