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스티브 잡스는 왜 LP를 들었을까
  • jihee01
  • 등록 2012-06-20 12:43:00

기사수정
2005년 LP와 CD, MP3 소리를 비교한 다큐멘터리 <생명의 소리-아날로그>로 방송문화진흥회 공익 프로그램 대상을 수상한 대구MBC 남우선 PD가 이를 더 보강해 최근 <나쁜 음악 보고서>라는 책을 펴냈다. 그가 경고하는 디지털 음악의 맹점.

인류에게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선물한 스티브 잡스, 그러나 알고 보면 스티브 잡스도 열혈 아날로그 마니아였다. 그 자신도 퇴근 후 집에서는 디지털을 듣지 않고 LP로 음악을 들었으니 말이다. 이것은 최근 그가 친애해 마지않던 친구인 가수 닐 영의 증언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고 보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는 바로 LP를 만들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보면 디지털 녹음 또한 인류가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 중 하나다. 디지털로 인해 인류는 더 편리해지고 더 빨라졌다. 하지만 슬픈 사실은 디지털 문화는 만져지지 않는, 실재가 없는 데이터의 조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영상, 디지털 음향은 실제를 0과 1의 2진법으로 부호화한 하나의 데이터에 불과한데, 항상 이런 것들의 맹점은 원형에 가까이 가기 위해 뭔가를 추구하고 있지만 절대로 원형에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의 슬픈 운명이다.

CD는 애초 상업적인 이유에 따라 현재의 포맷(가로 16계단의 양자화에다 세로로 1초에 4만4100번 토막 치는 샘플링 레이트)으로 만들어졌는데, 목적과는 달리 인간의 감성 문화를 수용하는 그릇으로 쓰이고 있다. CD는 기록 용량의 한계 때문에 사실 LP가 구현하는 막대한 데이터 양을 담아낼 수가 없다.

MP3는 방송인 배철수씨조차 '쓰레기와도 같은 음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음악이라는 감성 정보를 담기에는 부족한 그릇이다. 데이터 양의 부족으로 소리가 거칠고 조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MP3를 단 1분도 참고 들어내지 못한다. 5분 이상 들으면 속이 불편해지고 두통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악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엄연한 팩트에서 출발해 <생명의 소리-아날로그>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미국과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취재를 통해 만났다. 그리고 MP3는 식물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충격적인 식물실험 결과도 공개했다. MP3 때문에 생장이 저해되고 목숨에 위협을 받아 덜 자란 식물에 꽃대가 맺히는 기현상을 포착했다(식물은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되면 종족보존 본능에 따라 씨앗을 빨리 퍼트리려고 덜 자란 상태에서 꽃을 맺는다).

그런가 하면 KBS 2TV의 <스펀지>는 지난 2006년 4월15일 방송을 통해 '휴대전화의 MP3 플레이어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휴대전화의 MP3 플레이어를 이용해 10분 이상 음악을 들으면 근력이 약해져 평상시보다 힘을 쓸 수 없음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소리-아날로그> <스펀지> 파문 이후에도 MP3는 더욱 우리 사회에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아이들에게서 MP3를 빼앗고, 라이브 음악을 듣고, LP를 다시 시작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우리 사회가 바뀌지는 않았다. 이 주제는 내가 느끼기에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나쁜 음악 보고서>라는 책을 쓰게 된 것도 그래서다. MP3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믿음을 바로잡고 실무 전문가가 적시하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은 20년 이상 음악을 듣고 분석하고, 기계를 다루며, 녹음을 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음악이라는 취미에 목숨을 건 덕에 가능했다. IT 국가로서 위상을 드높여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MP3. 그러나 정보 전달용 매체로 쓰여야 할 이 포맷이 인간의 정서를 함양하는 음악을 담는 데 쓰이다니 참아주지 못할 일이다. 나는 이 문제를 책을 통해 다시 꺼냄으로써 사람들이 다시금 고민해보길 원한다. 이 책을 읽고 생활을 바꿀 정보로 이해해주고 최소한 MP3를 음악 감상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면 좋겠다. 아직은 불완전한 디지털이 아날로그 녹음을 감성적으로도 따라잡게 되는 그날, 나는 웃으며 디지털에 축배를 들어줄 것이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울산 동구 마을교사 역량강화 교육 운영 [뉴스21일간=임정훈 ] 울산 동구는 마을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마을교육 활동 확대를 위해 9월 7일(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구청 대강당에서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였다.    이날 교육에서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마을교사 9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학생이 주도하는 배움 방식을 다루는 ‘프로젝트 수업의 이해’(강사...
  2. 울산교육청, 나눔과 대화로 수업 성장 해법 찾는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12일 다산홀에서 중고등학교 교원과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2025 수업 성장 나눔 대화의 날’을 열었다.      이 행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안착과 학생 참여 중심 수업 문화를 확산하고자 마련한 실천적 장으로, 현장 교원들이 수업 사례와 고민을 나누며 함께 ...
  3. 울산 화평교회,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에 추석맞아 이웃사랑 나눔 실천 100만원 후원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화평교회(담임목사 장지훈)는 9월 12일 금요일 10시에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관장 한영섭)을 방문하여 추석 명절을 맞아 지역 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후원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후원은 홀몸어르신, 저소득가정 등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더불어 살아가...
  4. 인공지능·디지털 연수로 학교 행정 효율 높인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9일부터 12일까지 남구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서 교육행정직과 교육공무직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디지털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실무 연수로 학교 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현장 행정 서비스의...
  5. 울산시, 하절기 이야기(스토리) 야시장 성료 [뉴스21일간=김태인 ]  지난 7월 18일부터 지난 9월 13일까지 약 두 달간 이어진 하절기 ‘울산의 밤, 이야기(스토리) 야시장’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울산시가 주최하고 울산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한 이번 야시장은 하루 평균 7,690명, 총 누적 14만 6,1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울산의 여름밤을 환하게 밝혔다.  이번 하절기 이야기(스...
  6. 울주군치매안심센터, 국제피플투피플 춘해보건대챕터 치매극복 선도단체 지정 (뉴스21일간/최원영기자)=울주군치매안심센터가 12일 국제피플투피플 춘해보건대챕터(춘해보건대 대학생 봉사단체)를 ‘치매극복 선도단체’로 지정하고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이번 협약은 청년 봉사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 내 치매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치매 어르신께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
  7. 울산교육연수원, 청렴하고 신뢰받는 조직문화 조성 [뉴스21일간=이준수 ]  울산교육연수원은 9일 제17대 한현숙 원장 취임 이후 첫 청렴대책 추진단 회의를 열었다.  ‘참여와 소통으로 청렴한 울산교육’을 실현하고자 구성된 이번 추진단은 한현숙 원장을 단장으로 각 부서장과 팀장들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요 청렴 추진 과제 점검, 소통의 직장문화 조...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