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의 '맏형' 격인 저축은행이 우량 고객층으로 눈을 돌리면서 서민들이 제도권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우량 등급과 저신용자의 경계에 놓인 7등급 321만명의 돈 길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최근 시중은행ㆍ제2금융권 리스크 담당 임원들을 초청한 'CRO커뮤니티'에서 하반기 가계신용 전망을 발표하고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의 7등급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개인대출에서 7등급을 주 고객층으로 삼던 저축은행들이 우량 고객층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체 저축은행의 신규 가계대출에서 7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46.4%로 지난해 6월(54.5%)에 비해 8%포인트 줄어들었다. 줄어든 비중은 우량 고객인 1~6등급으로 흡수돼 저축은행 고객층이 신용등급이 높은 쪽으로 이동했다.
이런 현상은 대형 저축은행에서 두드러졌는데 가계여신 2000억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지난달 7등급 고객 비중은 48.2%로 10개월 만에 10%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7등급 비중이 낮던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도 지난해 6월 42.5%를 차지했던 7등급 대출이 31%로 크게 줄어들었다.
7등급 대출이 막히는 것은 곧 저신용자의 대출시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4032만명의 신용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KCB에서 7등급으로 분류된 사람은 320만명(8%)이다. 저신용자(7~10등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7등급은 은행권에서 대출이 어렵지만 불량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제2금융권에서는 거래가 가능했다.
저축은행들이 고유 영역을 버리고 우량 고객층을 좇아가는 배경에는 저축은행 업계의 위기의식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며 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은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됐다.
4월 말 저축은행 연체율은 14.5% 수준으로 16.5%에 이르렀던 지난해 10월에 비해서는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금융권(2.29%)의 연체율과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금융업권 중 가장 높은 것은 물론이고, 대부업계보다 높은 수치다. 저축은행 임원은 "연체된 대출을 추심업체 등에 팔아 넘기기 이전에 연체율이 이미 20%를 넘었다"면서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중채무자가 늘고 있어 신규 대출부터 저신용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종전에는 은행 대출에 문제가 없었던 5~6등급 상당수가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것도 저축은행이 우량 신용자에 눈을 돌린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된다.
특히 저축은행의 5~6등급 대출 비중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김상득 KCB 사장은 "다중채무자의 부실과 함께 7등급 신용경색 우려가 하반기 가계신용 시장의 큰 위험 요인"이라며 "금융회사들이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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