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 국내 휘발유 값도 ℓ당 2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달 셋째주까지 50원 안팎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 수송 재보험 제공 거부를 둘러싼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 따라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1998.10원으로 전날(1999.62원)보다 1.52원 떨어졌다. 전날 ℓ당 2000원선이 깨진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휘발유 값은 지난 2월27일 2001.07원 이후 줄곧 ℓ당 2000원을 넘으며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차량용 경유 값도 오후 4시 현재 1803.58원을 기록하며 4월20일(1868.28원)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제유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국내 유가도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로 수요가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란 핵 문제 진전 가능성으로 공급 악재도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최근 국제유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8.4달러로 8개월 만에 100달러를 밑돌았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전문기관은 3분기까지 국제유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EU 제재로 이란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가격 인하를 둘러싸고 주유소 간에 눈치를 보는가 하면 기존에 사들인 비싼 재고물량부터 처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주유소 판매가에도 국제유가 하락분이 본격 반영되면서 이번주 보통 휘발유 가격은 1995원대를 기록하고, 이달 셋째주까지 누적해 40∼50원 빠질 것으로 지경부 측은 전망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지는 25일 EU 외무장관회의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자리에서 한국이 이란산 원유 수송 재보험 제공 거부 예외국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당장 수급 차질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수입 중단으로 휘발유 값이 ℓ당 200원가량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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