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걱정뿐이었다. 여수세계박람회(여수 엑스포) 준비 상황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너무 많이 봐서 직접 확인하기가 겁이 났다. 기사들이 말하는 바는 선명했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는 것이었다. 개막이 임박했는데 진입로를 비롯해 대다수 전시관이 여전히 공사 중이고 행사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계속 에러가 나고 자원봉사자들은 우왕좌왕한다는 지적이었다.
5월9일 미디어데이를 맞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여수행 비행기에 올랐다. 불편이 감동을 갉아 먹는 것은 아닌지, 이벤트성 쇼가 본질적인 전시를 압도하는 것은 아닌지, 기술과 예술이 만나고 있는지 따로 노는지, 이 행사를 통해 한국이 자랑스러워질지 부끄러워질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중국 '대국굴기'의 발판이었듯, 2000년 하노버 엑스포가 밀레니엄을 열며 통일 독일의 위용을 재정립했듯, 여수 엑스포가 대한민국이 해양 세력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지 궁금했다.
해양수산부마저 국토해양부로 흡수해버린 토건족 정부가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를 잘 구현할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예상대로 여수 엑스포 행사장 주변은 번잡했다. 다행히 진입로 공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지만 불법주차로 행사장 입구는 혼잡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아직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어볼 것이 생겨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고 물어봐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시범 개장 때의 혼란이 이해되었다.
전체적인 진행이 늦춰져서인지 국가관의 개관 준비도 지체되고 있었다. 5월9일 미디어데이 때도 공사가 끝나지 않아 언론에 개방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공사 인부와 차량, 그리고 자원봉사자와 행사 진행요원들의 교육, 그리고 미리 답사 온 방문객에, 취재기자들까지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히고설켜 분주하게 오갔다. 이런 번잡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여수 엑스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엑스포 전시관을 찾는 이유는 엑스포를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볼거리와 경험을 위해서다. 결국 관건은 개별 전시관이다. 이들이 얼마나 풍부한 체험을 제공하고 어떤 볼거리를 제시하느냐가 승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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