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주부 김모(36)씨는 최근 7살짜리 아들과 한강 뚝섬유원지 산책에 나섰다가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다. 어두컴컴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저녁 시간.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몰던 한 남성과 아들이 부딪힐 뻔 했다. 자전거의 속도는 언뜻 봐도 시속 40㎞가 넘어 보였다.
한강 자전거ㆍ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시속 40㎞를 넘게 폭주하는 자전거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 특히 자전거 운전자들이 10여명씩 떼로 줄지어 질주하기도 해 시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저녁 서울 뚝섬ㆍ잠실ㆍ여의도 한강공원 등지에서 사이클 용품을 갖춰입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옆에 사람이 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특히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비키라고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는 자전거 운전자들도 적지 않았다.
자전거 도로에는 제한속도 시속 20㎞를 표시한 안내판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자전거 운전자들 대부분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자전거 폭주족들은 “제한속도가 있는지 몰랐다”고 발뺌까지 하고 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는 한강에서 일어나는 전체 사고의 70%를 차지한다. 지난 2010년 한강공원 12곳 내 각종 사고는 252건. 이중 71%인 179건이 자전거 관련 사고였다.
한강사업본부 자전거과 관계자는 “총 구간 왕복 70㎞의 한강 자전거 도로가 일반도로보다 자전거 타기가 좋다 보니, 운전자 대부분이 속도감을 즐기려 해 추돌사고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강공원 내 자전거 사고가 지난해 182건, 올해 들어 이미 32건이 발생했다”며 “캠페인이나 행사를 통해 자전거 운전자에 과속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경찰청 한강 자전거순찰대 관계자는 “자전거 운전자들이 겸용도로(제한속도 시속 20㎞)를 시속 30㎞로 달릴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로 생각해 빠른 속도로 운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로교통법상 시속 20㎞를 초과해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에 대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거의 모든 자전거 운전자가 과속을 하고 있어 현재 단속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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