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 30분 진주시 문산읍 소문리 영천강. 급류에 휘말린 중학생 3명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강물은 계속해서 불어가고, 오도 가도 못하는 위급한 상황. 어느 방향에서 인가 밧줄이 던져진다. 오후 1시48분께 진주소방서 문산119안전센터의 서대송 팀장을 비롯한 5명의 119구조대원들이 현장에 긴급히 출동, 이들 모두를 구해 귀가 조치한다.
그러나 대원들은 숨 돌릴 틈도 없다. 다시 무전으로 인근 지역의 배수작업과 구조작업에 투입된다. 빗물과 땀으로 범벅된 한 신참 구조대원이 선임 구조대원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정말 이거 완전 전쟁터네요”하루에만 318㎜ 물 폭탄. 그리고 시간당 최대 44㎜. 기상대가 아닌 진주시 자체 집계로는 시간당 최고 55㎜의 비가 쏟아져 일일 최대 강우량 334.2㎜를 기록했다.
1968년 12월 진주기상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일일 최대 강우량 264㎜(1981년9월3일)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연간 강우량의 20% 이상이 하루에 쏟아진 9일 진주시가 물 폭탄을 맞은 듯 곳곳이 전쟁터로 변했다.특히 이날 오후 1시께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진주의 대부분 지역은 그야 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도심지는 배수관이 제 역할을 못하며 넘쳐난 물에 가구와 차들이 잠겼고, 외곽지역은 지방하천이 범람하는 등 불어난 물에 농경지가 속수무책으로 침수됐다.위기에 빠진 이날 진주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위험한 순간 연속, 곳곳이 구조·배수작업 중 = 오후 1시 48분께 문산읍 소문리 영천강에서 급류에 휘말린 중학생 3명이 진주소방서 문산119안전센터 구조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또 오후 2시58분에는 진주시 상평동 무림페이퍼 인근 상습침수 도로에서 승용차가 불어난 물에 멈춰서 고립돼 운전자가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오후 1시부터 3시 사이 하대동 쌍용아파트 인근 주택과 선학숯불갈비 앞 상가들이 대규모로 침수됐고, 상대동 영선빌딩, 유곡동 주택 4가구, 일반성면 사봉농공단지 등에서도 잇따라 불어난 물에 잠기거나 파손됐다.
같은 시간 진양교 아래를 통과하는 도로에는 불어난 남강물이 그대로 밀려 들어와 시 관계자들이 도로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또한 오전 11시30분께 진주시 진성면 산촌리 2번 국도에 이어 오후 5시에는 상대동 연암도사관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산사태가 이어졌다.이날 진주시와 경찰서, 소방서는 전 인력이 동원됐다.
특히 진주소방서는 하루에만 27건의 배수작업, 18건의 구조출동에 나섰다.진주소방서 119구급대 김철호 부장은 “몸이 10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라며 “대원들의 피로도 문제지만 시민들의 안전이 더 우선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다시 출동한다”며 장비를 챙긴다.
상습 침수, 재난대책 무용지물에 시민들 ‘짜증’ =물 폭탄을 맞은 시민들의 불만이 일부에서는 극에 달했다. 특히 올해도 어김없이 침수피해를 입은 상습침수지역 주민들은 하나같이 “시의 재난취약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정비사업과 예찰활동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후 2시께 진주학생수영장 인근 저지대에서는 퇴비(낙엽), 생활쓰레기 등이 빗물에 휩쓸려 밀려들어 상가와 주택, 도로의 배수를 방해해 침수피해를 더 크게 했다. 인근 주민들과 시 공무원과의 실랑이까지 벌어졌다.또한 이곳에서 불어난 물은 곧 인근의 상습침수지역인 무림페이퍼 앞 도로까지 영향을 미쳐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들이 곤욕을 치렀다.
특히 무림페이퍼 앞 도로가 허리까지 침수돼 통행 차량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임에도 교통지도 요원들은 한쪽 차선만 차량 통행을 막았다. 반대쪽 차선의 차량들은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앞차를 따라 그대로 진입했다. 이에 일부 고장으로 멈춰선 차량의 운전자들은 차에서 내려 교통지도 요원들에게 심하게 항의하기도. 더 심한 곳도 있다.
호탄동 정보고등학교 앞 도로에는 인근 공사 등으로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엄청난 물이 도로로 밀려들어왔다. 결국 차량정체와 함께 도로변 가로수들이 쓰러지고, 도로까지 유실되는 사태까지 발생했으나 담당 공무원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경찰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인근 주민 오모(32.호탄동)씨는 “시에 연락하니 다른 곳도 물난리가 심하다며 담당부서에 연락했으니 곧 도착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현장 중심의 탄력적인 행정이 아닌 탁상행정에만 급급한 재난대책 마련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9일을 전후로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일대에 엄청난 비가 쏟아지면서 진양호의 수위가 계속 늘고 있다.10일 남강댐관리단에 따르면 지난 9일 남강댐 방류량은 진주 본류 쪽으로는 초당 200톤, 사천만 쪽으로 2000톤을 방류했다. 이후 지리산과 서부경남 내륙지역의 물이 진양호로 몰려들면서 10일에는 진주 본류 쪽으로 오전 8시부터 300톤, 낮 12시부터 400톤으로 늘였고, 사천만 쪽도 오전 6시부터 2700톤, 오전 9시부터 2900톤, 오후 2시30분부터 3000톤으로 점차 늘려 방류하고 있다.
이는 남강댐 최고 수위 51m, 계획홍수위 46m에 턱밑까지 다다른 수치로, 계획홍수위를 넘을 경우 방류량이 기준치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이에 남강댐관리단 관계자는 “현재 유입량이 3500톤, 방류량이 3400톤으로 유입량이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추가 강우가 없고, 유입량이 점차 줄고 있어 더 이상 수위는 높아지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번 침수 등의 비 피해는 방류량의 영향 보다는 워낙 국지적으로 폭우가 쏟아져 그 피해가 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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