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두번째 이야기
  • 편집
  • 등록 2010-05-08 09:59:00

기사수정
  • 15년만 에 바다로 나온 "연어"…시인 안도현 <연어 이야기>

안도현 시인의 성장 우화 <연어>의 결말에서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우여곡절 끝에 자신들이 태어난 모천에 이르러 알을 낳고 장엄한 최후를 맞는 것이 <연어>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연어> 초판이 나온 1996년 3월부터 따지자면 햇수로 15년. 안도현 시인이 드디어 <연어>의 속편인 <연어 이야기>(문학동네)를 내놓았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딸 ‘나’를 주인공 삼은 <연어 이야기>는 모천을 떠난 연어가 강을 지나 넓고 깊은 바다로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바다에서 출발해 강을 거쳐 모천으로 거슬러올랐던 <연어>의 행로와는 반대되는 움직임을 담은 것이다.
 
<연어>의 주인공이 수컷 은빛연어였던 데 반해 <연어 이야기>의 주인공 ‘나’는 암컷이다. 은빛연어에게 암컷 눈맑은연어가 있었던 것처럼 ‘나’에게는 수컷 연어 ‘너’가 있다. 남들보다 늦게 모천을 떠난 ‘나’가 폭포 아래에서 만난 ‘너’는 사람들의 손으로 수정되고 부화한 ‘학교’ 출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제비가 되고 싶다는 ‘너’와 함께 ‘나’는 바다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연어>의 주인공 커플이 물수리의 공격과 폭포의 낙차 같은 위험을 헤치고 모천으로 회귀했던 것처럼, 숭어들의 검은 동굴 같은 입과 왜가리며 물총새 같은 천적들의 부리는 바다로 향하는 ‘나’와 ‘너’의 행로를 가로막는다.
 
<연어>와 마찬가지로 <연어 이야기> 역시 모험담인 것에 못지않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강물이 키워 준 ‘나’와 인간들이 키운 ‘너’는 여러모로 다른 존재들이다. “나는 혼자인 게 싫어 강을 따라 내려가려고 했고, 너는 혼자이고 싶어 강을 거슬러오르려고 했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이 서로를 향하는 마음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우지는 않는다. 사랑은 차이를 다스려서 조화를 빚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에게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한다.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까지 만나는 일이야.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네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

<연어 이야기>에서 사랑은 일차적으로는 ‘나’와 ‘너’ 두 존재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의미가 둘의 생물학적 결합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연어들의 모천인 초록강이 ‘나’에게 해 준 말이자 하류로 떠나기 전 ‘너’가 ‘나’에게 되돌려 준 다음 말은 <연어 이야기>에서 주제곡처럼 여러 번 되풀이된다.
 
“물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단다.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

처음 ‘나’와 만났을 때 제비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어했던 ‘너’는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용기와 지혜로 연어 무리를 이끄는 존재가 된다. 그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남보다 앞서 바다로 나아가기로 결심하고서 ‘나’에게 하는 말은 그가 생각하는 자유의 개념이 한결 성숙하고 깊어졌음을 보여준다. “나 혼자 자유로운 것은 자유가 아니야. 우리는 혼자가 되면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자유가 보장된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야. 그 누구도 혼자서는 자유로울 수 없어. 네가 자유로워야 내가 자유로운 거야. 마찬가지로 내가 자유로워야 너도 자유로운 거지.”
 
인연의 존재론과 세계관, 개인에 갇히지 않는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자유관은 <연어>와 <연어 이야기>를 이어 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라 할 수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장르를 선도한 <연어>는 지금까지 114쇄를 찍었고 모두 86만여부가 팔렸다. <연어>의 다음 세대를 다룬 <연어 이야기>가 앞 세대의 성가를 이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울산동구치매안심센터, 치매안심가맹점 4개소 추가 지정 동구청제공[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치매안심센터(센터장 박수환)는 치매 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관내 치매 안심 가맹점 4개소를 추가 지정했다.    치매 안심 가맹점은 약국, 미용실, 카페 등 지역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업소로, 종사자 대상 치매 파트너 교육을 통해 치매에 대한 ...
  2. 동구 노동자지원센터‘인구구조의 변화와 일자리의 미래’취업 특강 동구청제공[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 노동자지원센터는 10월 23일(목) 오전 10시 ‘인구 변화와 일자리의 미래’를 주제로 중장년층 주민 대상 특강을 개최했다. 이번 강의에는 40여 명이 참석해, 급격히 변화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일자리의 방향과 개인의 역할을 함께 살펴보았다.    강의는 인구구조 변화의 의미, 저출산으로 인...
  3. 동구, 청소년 사회적경제·창업 체험 프로그램 운영 동구청제공[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동구는 10월 23일 오후 1시 30분부터 울산고등학교 학생 80여명과 함께 지역 사회적경제기업과 연계한 ‘청소년 사회적경제·창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가 정신과 함께 창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청소년들이 다양한 창업...
  4. 남해 송정 바닷가 일몰 [뉴스21일간=김태인 ]
  5. STARLINK ENM KOREA, 중국 상하이 '성수 어트랙션' 팝업스토어 통합 마케팅 프로젝트 추진 울산영화인협회제공[뉴스21일간=임정훈]글로벌 마케팅유통 전문 기업 STARLINK ENM KOREA(스타링크 이엠앤 코리아, 대표 배기준)가 중국 상하이 시장을 겨냥한 메가 규모 통합 팝업스토어 마케팅 프로젝트 '성수 어트랙션'을 본격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류 브랜드를 대상으로 방...
  6. 울산 중구의회 의정봉사단, 장애인 시설 찾아 봉사활동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의회(의장 박경흠)가 23일 울주군 언양읍에 위치한 장애인 거주시설인 사회복지법인 혜진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소속 의원과 직원들로 구성된 중구의회 의정봉사단은 박경흠 의장을 단장으로 이명녀·안영호·김도운·문희성·문기호 의원과 사무국 소속 직원들이 참여했다.    의...
  7. 2025 대왕암힙합페스티벌 11월 1일 개최 [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11월 1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일산해수욕장 일대에서 ‘모두를 춤추게 하라’는 슬로건으로 ‘대왕암 힙합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대왕암 힙합페스티벌’은 청년이 주도하고 주민이 참여하며 지역 대학과 상가가 협업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축제이다. 스트리트 댄스 배...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