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MBC뉴스 캡처]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오는 2020년도 재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청했다"고 폭로했다.
1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 전 보좌관이 곧 출간할 예정인 592페이지 분량의 책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을 입수해 이 같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일대일로 만나 중국의 경제력이 현재 진행중인 선거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이 가능한 한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대선 승리를 위해 중요한 농업이 주요 산업인 주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같은 사례를 들어 지난 1월 상원 무죄 판결로 끝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우크라이나 스캔들'만 포함시켜서는 안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군사원조를 지렛대 삼아 자신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조사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갔던 사건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자신의 재선 지원을 요청한 것 역시 탄핵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이날 회의에서 시 주석이 신장(新疆) 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의 이슬람교도를 수용하기 위한 수용소를 건설하는 계획에 대해 옹호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옳은 일"이라며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외적으로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밑에선 인권 탄압에 동조한다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예상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충성파로 불리는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험담한 사례도 공개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당시 “그는 완전히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이라고 적은 쪽지를 자신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정상회담 한달 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에 대해 “성공 확률 제로(zero probability of success)”라고 단언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600페이지 분량의 회고록에서 지난 2018~2019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을 변덕스럽고, 충격적으로 무지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연방정부는 물론이고 백악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했다"며 "개인의 본능에 의지했고 언제나 리얼리티 TV쇼 쇼맨십을 보여줄 기회를 찾았다"고 썼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서실장인 존 F 켈리에게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냐"고 물은 일도 있었다고 썼다. 지난 2018년 5월 영국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 영국 관리가 자국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핵보유국이냐"고 감탄 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외교 결단을 독단적으로, 충동적으로 한 일에 대해서도 언급 됐다. 지난 201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이 국방비를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발언을 하려 했을때, 볼턴은 막으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일을 하고 싶지 않냐"고 되물어 경악했다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침공을 '멋진 일(Cool)'이라고 말하고, 이 국가가 '정말로 미국의 일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썼다. 아프가니스탄의 전현직 대통령을 헷갈려 했으며, 일본 아베 신조 총리에게 이란과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운 정책적 결단을 해야 할 때 자주 초조해하고 흔들렸다. 공화당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2018년 내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으나 정작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가 대통령을 자처하고 미국이 그를 지지하기로 한 뒤에 과이도가 마두로에 비해 너무 약한 어린애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편, 백악관은 오는 23일 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국가안보를 해롭게 할 수 있는 기밀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면서 전날 윌리엄 바 법무장관 명의로 출간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워싱턴 연방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언론을 통한 공개를 막지 못했고, 이는 오는 11월 재선 도전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