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의 일치인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제목으로 선상에 선 나의 소설 ‘할머니 죽이기’는 이미 대가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와 만나게 되었다. 나의 젊은 날, 나이게 즐거움을 선사한, 나의 스승이기도 한 하루키, 그가 현역일 때 그 언젠가는 한 번쯤은 작품으로 겨루고 싶었던, 그 언젠가가 우연찮게 다가온 듯싶다. 그것이 스승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서열과 관심은 이미 그에게 가 있고, 난 빈손으로 그와 맞서야한다. 그것이 당면한 현실이고, 그것을 감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할머니 죽이기’ 주인공인 10살인 나 또한 빈손이었다. 그 빈손으로 절대 권력인 ‘할머니’와 맞선 것이다. 가진 것 없는, 초라한 나는 그것이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