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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에 취한 정치권…잘 되면 제 덕, 못 되면 헌법 탓?
  • 최명호
  • 등록 2016-06-24 09: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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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 바로 ‘개헌’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개헌과 관련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23일 한 매체에서는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203명이 헌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이는 개헌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웃돈 수치입니다. 국회에 불고 있는 개헌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20대 국회는 사실상 개헌 논의로 문을 열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개헌은 언제까지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는데요. 개헌에 대한 명확한 의지 표명입니다. 이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개헌이 필요한 시기”라며 개헌 공론화에 불을 지폈습니다.

‘개헌’이란 나라의 근본이 되는 법인 헌법을 고치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 이래 총 9번의 개헌을 거쳤습니다. 87년 9차 개헌 이후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죠.

개헌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87년 체제’는 21세기에 더 이상 걸맞지 않은 헌법이라 이야기합니다. 지방자치의 개념이 없을 때 만들어진 헌법이기에 현재의 정치 실정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죠.         

이러한 기류를 타고 최근 정치인들은 연일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헌은 과도한 중앙집권을 해소해 지방자치를 살릴 방안”이라 말했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저성장, 양극화, 청년실업, 저출산 문제를 현재 헌법 구조상 해결할 수 없기에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외에도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당 간의 갈등 해소와 협치(協治)의 발판으로 개헌을 거론했고,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도 새 정치의 대안으로 개헌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개헌이 정치·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헌법이 바뀐다고 해서 이미 산적해 있는 지방자치·정당갈등·저성장·양극화·청년실업·저출산 등의 사회문제가 갑자기 해결될 리 만무합니다. 

개헌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의원내각제를 실시 중인 나라의 모습이 이를 방증합니다. 내각제로 운영되는 일본의 경우 심각한 저성장과 청년실업, 저출산을 겪고 있죠. 영국은 최근 브렉시트로 인해 정당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결국 ‘개헌’ 그 자체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87년 개헌을 통해 ‘민주주의’를 제도화했지만,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한 끝에 민주주의가 정착됐고, 이를 통해 현재까지도 사회문제를 풀어가고 있죠.       

개헌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헌 이후입니다. 개헌이 이루어진 후, 바뀐 권력 지형을 어떻게 운영할지가 관건이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집필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아무리 제도와 절차가 민주적으로 규정된다 해도 구성원의 실천이 없다면 어떠한 효과도 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20대 국회가 헌정사의 주역으로 남으려면 단지 개헌만을 목표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개헌 이후의 큰 그림을 그려 변화된 정치·사회의 모습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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