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국내 도입 이후 스마트 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0년 1월 103만대에 불과했던 보급률이 2011년 말 2,000만대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무선 인터넷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중심 개발 및 불합리한 IT 규제로 인해 세계적인 ICT 산업 변화 흐름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세계 최고수준의 유선 인프라를 기반으로 쌓아올린 한국의 인터넷 강국 위치가 휴대폰, 스마트 TV 등 하드웨어 기기 일부를 제외하고 흔들리고 있다.
세계적인 무선 ICT산업 변화의 중요한 특징은 첫째, 애플리케이션, 디바이스, 네트워크 등 각 부문의 혁신과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또 다른 혁신을 일으키는 이른바 ‘생태계 혁신’이다. ‘생태계 혁신’은 디바이스, 운영체제, 네트워크 등 각 분야의 긴밀한 상호작용과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서 일어나고 있다.
둘째로, 무선ICT 산업의 ‘생태계 전쟁’이다.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단말 또는 OS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직접 거래를 활성화 시키면서 단말?OS 플랫폼 중심의 독자적인 글로벌 ICT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각 생태계를 주도한 기업을 중심으로 생태계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끝으로 무선인터넷 생태계가 개인 및 소집단의 역할과 창의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위키피디아와 같은 공공적?공익적 콘텐츠, 개인화?소집단의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이 개인을 관객 또는 단순한 소비자의 역할을 넘어서 선수, 심판 혹은 생산자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혁명의 교훈과 그 시사점은 무엇일까?
앞으로 콘텐츠 개발자, 유통 사업자, 소비자, 학계, 공공(公共)이 똘똘 뭉친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내지 못한 기업과 국가는 무선 ICT 산업의 치열한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것이다. 무선ICT 산업에서는 이미 20세기 시장경제의 경쟁 공식이 깨어졌다.
기사와 용병들을 참전시킨 왕정국가들이 ‘국민주권’ 사상으로 무장된 나폴레옹의 ‘국민군’에 의해 무너진 것처럼 유통망을 장악한 채 이용자와 콘텐츠 개발자를 통제한 이동통신 대기업들이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개발자와 이용자가 합세한 ‘혁명군’에 의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무선 ICT 산업 분야의 기업 성공의 철학과 공식은 바뀌었다. 기업 간, 기업과 공공, 기업과 학계, 기업과 소비자의 긴밀한 협력과 상생을 이룬 생태계가 독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의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공공의 산업 육성과 지원 역시 기업이 아닌 생태계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도시가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기업에게 시혜적인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 대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핀란드는 고양시가 벤치마킹해야할 혁신정책의 대표 사례이다. 혁신 중심의 산업정책과 노키아와 같은 민간기업의 기업가 정신 그리고 대학들의 첨단기술개발 연구 능력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했다.
고양시는 젊은 도시, 가능성의 도시다.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방송통신융합산업을 육성하며 가능성과 미래를 위해 투자해왔고, 그 결과 고양시는 방송통신융합관련 핵심 공공기관을 고양시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디지털방송제작센터, EBS 디지털사옥이 들어서고 기존의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을 통해 육성해온 지역SW융합과 지역SW성장 지원산업 등과 연계된다면 혁신을 위한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다.
이제 고양시는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가치’와 ‘혁신’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와 협력을 구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핀란드의 사례에서 보듯 지자체가 산학연 연계를 통한 R&D 공동투자, 전략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위한 과학단지(Techno Park) 조성,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과 지원 사업 그리고 벤처 펀드 활성화와 기업간 네트워크 구축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고양시가 가치와 혁신에 투자하며, 생동감 넘치는 젊은 도시로 푸르게 성장하는 꿈을 그려본다.
자료 제공 :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정책사업부 차장 오정훈(031-968-9618)
시라큐스 대학 국제정치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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