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외교 지평을 넓히는 대한민국의 쾌거라 할 만하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탄생을 통해 우리나라는 국제적 위상과 국가브랜드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속의 교황’이라 불리는 유엔 수장을 배출한 저력을 가진 국가로, 국제사회의 안보와 공동번영에 적극 기여하는 평화애호국가로서의 정체성이 전세계에 알려진다. 또 외교역량이 강화돼 특정 국가에 편중됐던 외교 지평이 자연스럽게 다자주의로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현재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과 더불어 리더 국가로서의 지위가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 장관이 우리나라에 외교적으로 유리하게 움직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유엔 사무총장은 출신 국가의 국익을 떠나 세계 평화를 위해 효과적으로 공헌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냉전과 분단 상황으로 인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게 그동안의 통념이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국내 인사의 유엔 진출이 크게 늘었으며 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이 2001∼2002년 유엔총회 의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우리나라가 군사정권 종식 후 착실하게 다진 정치 민주화와 북핵문제를 포함한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 관리, 그리고 6.25 전쟁 후 성공적 경제 발전으로 이제는 국제정치의 리더로 자리잡았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특히 유엔 내에서 미국과 일본, 일부 유럽국가 등 소수의 강대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중간에 위치한 중견 국가로서 이견조정을 하는데 유리하고, 패권주의나 일방주의의 우려가 없는 공정한 조정자로서 역할하는데도 적임이라는 평가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반 장관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역시 북한 핵문제다. 반 장관은 북핵 문제를 오랜 기간 다뤄와 북한의 입장과 미국,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의 정책을 역대 어느 총장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의 조정 및 중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반 장관도 지난 12일 북핵 문제를 3가지 최우선 역점과제 중 하나로 꼽은 뒤 "안보리에서 구체적인 조치가 나올 경우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핵 문제 외에도 반 장관은 중동문제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지정학적 불안과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정착과 전후복구 사업 등 현안을 관리해야 하며 세계화 등으로 야기된 빈부격차와 인종, 종교, 지역 간 갈등 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협력도 이끌어야 한다. 또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마약거래와 자금세탁 등 범죄활동, 지구온난화 및 만성적인 질병 등 세계평화와 세계인의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한 국제적 대응도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유엔 창설 당시와 달라진 새로운 국제환경에 맞는 새로운 유엔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유엔 개혁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구체적으로 유엔 안보리 개편, 유엔 총회의 권한 확대문제, 유엔 사무국의 효율성 제고 등은 반 장관이 피해갈 수 없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전쟁 등에서 유엔의 수혜를 많이 받아온 우리나라가 이제 유엔의 주도적 국가로 거듭 나게 됐다. 반 장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 출신이어서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창설된 유엔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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