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이 일본을 뒤흔들고 있다. 각종 잡지는 장근석의 얼굴을 표지로 내세우고 있고, 유명 레코드점에선 카라ㆍ소녀시대 등과 함께 K팝 코너를 도배하고 있다. 한류 상점에서 장근석의 웃는 모습이 담긴 머그컵ㆍ쿠션 등을 구매하려면 줄을 서서 계산해야 할 정도다.
한류잡지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장근석에 관한 내용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4층의 OST 전문코너에는 입구부터 장근석이 손님을 맞는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대형 포스터와 함께 극중에서 사용했던 기타, 장신구들이 맨 앞에 전시돼 있다.
한류의 심장인 신오쿠보 지역을 가면 그 인기는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길가 양쪽을 따라 생겨난 한류숍에서 장근석의 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평일 대낮에도 일본 여성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인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는 ‘한류백화점’의 기획지원부 이근행 과장은 “장근석 덕분에 매출이 작년에 비해 2배나 올랐다”며 “가게 문을 열기도 전부터 일본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배용준의 전성기 때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편의점·식당에서도 장근석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신주쿠 인근의 한식당은 한류팬들의 정보공유를 위한 장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 TV에는 국내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콘서트 실황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삼삼오오 짝을 지은 팬들은 서로의 한류 정보를 주고받았다. 대화의 중심은 역시 장근석이다. 또 이들이 먹는 음식은 뚝배기에 담긴 김치찌개, 된장찌개, 돌솥비빔밥 등이다.
장근석은 갑자기 늘어난 한류팬들에 아직 얼떨떨한 마음이 더 크다.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을 마치고 계속된 해외 팬미팅, 영화 <너는 펫> 촬영, 음반작업, 각종 광고 촬영 등 숨가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현지 반응을 체감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장근석은 “최근 들어서야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늘어난 팬층을 알게 되면서 ‘내가 많이 달라졌구나’ 하고 느낀다”며 “그동안 촬영 일정이 바빠서 남들이 밖에서 보고 들은 얘기만 전달받아서 실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젠 자신도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그저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모든 사람이 알아보고 순식간에 일대에는 구름 인파가 몰린다.
장근석은 “배용준·이병헌 등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 준 덕분”이라며 “아이돌 그룹이 또 한류의 불을 지핀 상황에서 내가 후광을 받는 것일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이 같은 장근석의 인기는 <미남이시네요>의 흥행이 크게 작용했다. 한두 차례 방영됐을 당시 밋밋했던 반응은 세 번째에 지상파 TV로 편성되면서 폭넓은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모았다. 동시간대 1위를 거머쥐면서 장근석을 한류스타로 만들었다.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 영화 <이태원살인사건> 등으로 차근차근 쌓였던 인지도가 ‘펑’하고 터지는 순간이다.
욘사마로 시작된 한류가 중년층에 한정됐다면 장근석의 열풍은 젊은 세대까지 껴안았다. 일본 젊은 팬들이 장근석을 친근하게 ‘근짱’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배용준의 애칭인 ‘욘사마’와 다른 ‘친근하면서도 대중적인 스타’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5일 티아라의 도쿄 쇼케이스에 참석한 10~20대 일본팬들은 많은 한류스타의 축하 영상 중 장근석의 등장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도쿄스포츠신문> 야마시타 야스유키(32) 기자는 장근석 신드롬에 대해 “기존의 한국 드라마 팬층과 소녀시대·카라 등을 동경하는 젊은 여성들을 흡수하면서 생겨났다”며 “앳된 외모와 달리 의젓한 말투,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 일본 언론은 장근석의 올해 현지 매출을 4백억원 이상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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