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영화‘왕과 사는 남자’가 불러낸 단종의 기억, 「태백산 단종비각」
  • 김민수
  • 등록 2026-02-26 14:20:18

기사수정

▲ 사진=YTN뉴스영상캡쳐




태백산 망경대 뒤쪽 능선에 있는 단종비각은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재위 1452~1457)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각이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태백산 자락, 망경대 뒤편 비교적 완만한 능선에 자리하고 있고, 오랜 시간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서 의미를 지녀 온 장소다.


현재의 비각은 1955년 망경사 주지 박묵암 스님이 중심이 되어 건립하였다. 한국전쟁 직후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단종을 추모하고자 뜻을 모은 결과였다. 건물은 목조 삼칸 겹집의 팔작지붕 형식으로, 규모는 크지 않다. 내부에는 ‘朝鮮國太白山端宗大王之碑’(조선국태백산단종대왕지비)라고 쓴 비문이 세워져 있으며, 단종을 태백산과 연결하여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문 글씨는 당시 월정사 조실이던 탄허스님의 친필이다. 탄허 스님은 20세기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학승으로, 난해한 한문 경전을 우리말로 풀이해 강설하며 불교 대중화에 힘쓴 인물이다. 유·불·선을 아우르는 회통적 사유를 전개한 사상가로도 평가되며, 이러한 인물이 남긴 친필이라는 점에서 비각의 상징성은 더욱 깊다.

단종의 생애는 조선 전기 정치사의 격변과 맞닿아 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즉위하였으나, 1453년 계유정난 이후 실권을 장악한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되었다. 이후 성삼문·박팽년·유성원 등으로 대표되는 사육신이 복위를 도모하였으나 발각되어 처형되었다. 사육신 사건 이후 단종은 영월로 유배되었다.

영월 유배 이후에도 복위 시도는 이어졌다. 금성대군이 순흥 지역에서 거사를 추진하였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그 여파 속에서 단종은 1457년 열일곱의 나이로 사망했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폐위와 유배,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후대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단종은 역사 속 비극적 군주로 기억되었다.

그러나 단종에 대한 평가는 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1698년(숙종 24), 조선 제19대 임금 숙종은 단종을 복위시켜 왕호를 회복하고 묘호를 단종으로 정하였다. 이는 단종이 단순한 폐위 군주가 아닌 정통 군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국가적 조치였다. 이로써 단종의 죽음은 비극으로만 남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역사적 재평가를 거친 사건으로 기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억은 기록을 넘어 민간 전승으로 확장되었다. 태백 지역에는 단종이 태백산의 산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영월에 유배된 단종에게 머루와 다래를 진상하던 추익한이 어느 날 탄부곡에서 백마를 탄 단종을 만나 행선지를 묻자 “태백산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전설이다. 이후 추익한이 영월 덕포리에 이르렀을 때 단종의 승하 소식을 들었다고 전해지며, 이러한 전설을 통해 단종의 영혼이 태백산으로 향했다는 믿음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전승 속에서 주민들은 단종을 태백산의 산신으로 모시고, 음력 9월 3일 이곳에서 제사를 올려 왔다. 이는 단순한 추모 의례를 넘어, 지역 공동체가 역사적 인물을 자신들의 공간 속 존재로 받아들인 행위라 할 수 있다. 1955년 박묵암 스님 등이 힘을 모아 비각을 건립한 것 역시 이러한 신앙적·지역적 기억을 가시적인 형태로 남긴 결과였다.

오늘날 단종비각은 태백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는 지점으로 남아 있다.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는 조선 왕조의 정치사, 사육신과 금성대군의 복위 시도, 영월 유배의 비극, 그리고 태백산 산신 전승과 현대 불교계 인물의 흔적이 함께 담겨 있다. 단종비각은 기록된 역사와 지역의 기억이 한 공간 안에서 겹치는 상징적 장소라 할 수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단종의 삶을 소재로 하며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다. 대중문화는 역사적 인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고, 그 과정에서 관련 유적과 전승 또한 재조명된다. 영월의 유배지뿐 아니라 태백산 단종비각과 같은 장소 역시 그러한 관심의 연장선 위에 있다. 영화가 불러온 관심이 일시적 흥미에 그치지 않고, 단종을 둘러싼 역사와 지역 전승을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라고 전했다.


출처: 태백시청 보도자료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중구치매안심센터, ‘찾아가는 치매 조기검진’ 실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보건소(소장 이현주)에서 운영하는 중구치매안심센터가 오는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 수, 금요일마다 ‘찾아가는 치매 조기검진’을 실시한다.    중구치매안심센터는 동(洞) 행정복지센터와 노인복지시설 등을 돌아가며 방문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검진 △맞춤형 치매 상담 △치매 ...
  2. 중구, 2026년 1분기 현업근로자 안전보건교육 실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구청장 김영길)가 2월 20일 오후 3시 중구청 대회의실에서 2026년 1분기 현업근로자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른 법정 정기교육으로 근로자의 건강을 증진하고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교육에는 김영길 중구청장과 ...
  3. 중구, ‘도서관 행복 우책통 사업’ 1기 활동 성과보고회 및 간담회 개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구청장 김영길)가 2월 20일 오전 11시 30분 지역의 한 식당에서 ‘도서관 행복 우책통 사업’ 1기 활동 성과보고회 및 활동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도서관 행복 우책통 사업’은 아이들이 익명으로 고민 사연을 보내면 따뜻한 위로와 조언이 담긴 손 편지 답장을 전달하고 나아가 맞춤형 도서를 ...
  4. 아름다운가게 울산본부,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50개 전달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아름다운가게 울산본부(본부장 장혜경)가 2월 20일 오후 2시 중구청 구청장실을 찾아 750만 원 상당의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50개를 전달했다.    이번 전달식에는 김영길 중구청장과 장혜경 아름다운가게 울산본부장 등 3명이 참석했다.    아름다운 나눔보따리는 반찬류, 식용유, 칫솔, 치약, 비누 ...
  5. 슬도환경지킴이, 환경정화 봉사 및 용왕제 행사 개최 울산동구슬도환경지킴이[뉴스21일간=임정훈]슬도환경지킴이는 2월 21일 우수가 지나고 봄기운이 느껴지는 주말을 맞아 슬도 일원에서 환경정화 봉사활동과 함께 용왕제를 개최했다.이번 행사는 슬도의 쾌적한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마련됐다.행사는 1부와 2부,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먼저 오전 9시부터 9시 50분까.
  6. 보령서 ‘2026 만세보령머드배 JS컵 한국유소년 축구대회’ 개막 보령시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보령스포츠파크와 웅천체육공원이 유소년 축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에서 모인 72개 유소년팀, 총 1,500명의 선수단은 연령대별(U12, U11)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치며 기량을 겨룰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집중도 높은 운영을 위해 보령스포...
  7. 이스라엘, F‑35I 장거리 작전 능력 향상 장비 도입 이스라엘이 자국 공군이 운용하는 F‑35I ‘아디르’ 전투기에 스텔스 성능을 유지하면서 항속거리를 늘리는 연료탱크를 장착했다고 보도됐다. 이는 외부 연료 탱크를 장착해도 레이더 탐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로 알려졌다.이 기술적 변화는 이란과의 긴장 속에서 장거리 비행 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보도에...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