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최초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서 개인전 개최,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 수훈, 재일한국인 최초 일본 ‘무라노 도고상’ 수상. 건축가 이타미 준은 만년에 화려한 명성을 거머쥐었으나,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남긴 건축물들은 묵묵하고 소박하다. 일본의 ‘먹의 집’ ‘여백의 집’ ‘석채의 교회’, 한국 제주의 ‘포도호텔’ ‘수·풍·석미술관’ ‘방주교회’와 같은 대표작들은 지역의 풍토와 특색을 살려 자연에 녹아든 건축으로 유명하다.
『이타미 준 나의 건축』은 건축가 이타미 준의 삶과 건축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책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2세로서 경계인이라는 정체성을 끌어안고 살아간 그는 건축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했다. 이 생애를 관통한 물음을 바탕으로 어떠한 경향이나 유행에 경도되지 않고, 절제와 조화의 미학이 엿보이는 독창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1960년대 후반 이후에는 건축 관련 글을 왕성하게 기고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그가 타계하기 몇 해 전까지 써 내려간 글과 다채로운 사진 자료가 수록되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적 경험에서부터 조선시대 건축과 예술에 대한 탐구, 영감을 주고받은 건축가 및 예술가와의 교류, 건축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설계 의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이타미 준의 딸이자 아버지의 철학을 이어받아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이화 건축가가 자료를 모으고 엮어 더욱 뜻깊은 한 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