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서양사는 언제나 단일하고도 선형적인 이야기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로마를 거쳐 르네상스, 계몽주의, 산업 혁명과 민주주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줄기. 이 연대기는 곧 문명의 기준이 되었고, 〈서양〉이라는 이름은 진보와 합리성, 보편의 가치를 상징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렇게 서양 문명사는 아무런 비판 없이 우리 혹은 모두의 주요한 상식이 되었다.
고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니샤 맥 스위니는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는 서양 세계의 소속원으로 있지만 여성이자, 혼혈인으로 주류에서 벗어난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시선으로 〈서양〉이라는 개념을 집요하게 추적했고 그 결과 기존의 상식을 깨는 진실에 닿을 수 있었다. 16세기 후반에서 시작된 〈우리와 그들〉(서양과 비서양)의 구도는 18세기에 정착되었고, 그 과정에서 서양이라는 이름은 점차 하나의 권위로 정착했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까지 되기 위해 시대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재구성되고, 해석되고, 반복해서 설명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당연히 서양이라 여겨 온 것들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구성의 과정을 파헤친다. 서양 문명이라는 서사는 실제로는 다양한 전통과 문화를 배제하고, 선택적으로 취사해 만들어졌다. 그 배제의 역사, 권력의 역사, 해석의 역사가 바로 〈진짜 서양사〉다. 『만들어진 서양』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익숙한 서양사의 외피를 걷어 내고, 그 안에 감춰진 민낯의 역사를 보여 준다. 지금껏 문명사라 불리며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던 그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묻는 책, 이 책은 단지 서양을 다룬 책이 아니다. 서양이라는 개념 그 자체를 해부하고 다시 쌓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