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미국 국경에서 생후 15일 한국 아기가 보호자 미동반 외국인 아동으로 분류되며 난민아동수용소에 보내질 위험에 처한다. 옆에는 아기를 입양할 것이라 말하며 서툰 글씨로 작성된 친모의 입양 동의서를 들이미는 미국인 여성이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아기는 관광이나 친지 방문 등의 단기 체류가 허가되는 비자를 발급받았을 뿐이다.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은 명백한 불법 이송, 자칫하면 인신매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입양이라는 미명하에 불거진 이 사건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저자의 생생하고 절절한 증언으로 마침내 기록되었다.
아기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명명된 ‘SK 사건’은 국가가 불법 국제입양 아동을 되찾은 유일한 사례이자 당시로서 60여 년간 지속되어왔던 관행과 제도를 뒤흔든 이례적인 사건이다.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으로 근무하던 저자는 스테판 욘손의 말처럼 ‘한 눈으로는 냉정하게 과거를 바라보고 다른 한 눈으로는 사건에 휘말린 목격자’를 자청한다. 아무도 제대로 들춰보지 않는 곳을 조명하고 납작 엎드려 귀 기울이는 일은 범상하고 만연한 폭력을 주춤거리게 한다. 아기를 되찾는 여정에 최후의 보루로 연루되었던 저자의 회고를 따라가며 국가 폭력의 장막이 한 겹씩 벗겨지고 서서히 진실이 드러난다. 미혼모 시설에 거주하던 작고 어린 친모, 입양을 종용한 시설장, 배후에 선 브로커 김 목사, 모든 사건의 발단인 엉터리 자문을 한 변호사. 비로소 짜맞춰진 퍼즐 위로 부조리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를 눈감을 수 없게 했던 미심쩍음과 가책의 정동은 지금 우리에게도 진실의 폭풍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재촉하는 듯하다. 국제입양으로 포장된 구원의 서사, 그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기로 작정해야만 이 책이 이끄는 진실에 가닿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