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고갯마루 해발 870m 원대봉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었다.
고즈넉한 산길을 따라 걷기를 1시간, 눈보다 더 하얀 숲이 끝없이 펼쳐진다.
흰 수피와 곧게 뻗은 줄기, 고고한 자태로 숲속의 귀족이라 불리는 자작나무다.
아홉 겹겹이 쌓인 껍질 속 곱고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난다.
겨울 숲을 배경으로 한 작은 오두막집, 이국적 풍경에 탐방객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 자작나무들은 1989년부터 7년에 걸쳐 심어졌다.
병해충이 많은 소나무 대신 70만 그루 자작나무를 심은 것이다.
북위 40도 이상 추운 곳에서 살았던 만큼 강원도의 혹독한 겨울도 너끈히 견뎌낸다.
흰 껍질로 자외선은 반사하고, 기름 성분으로 줄기를 보호하며, 25m까지 무럭무럭 자랐다.
이 모습을 보러 한 해 20만 명이 찾아온다.
2년 전 폭설 때 수만 그루가 휘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재작년 습설 피해를 입은 나무들도 이렇게 지지대의 도움으로 차츰 회복하고 있다.
신혼부부의 화촉을 밝히는 자작나무가 새해를 여는 지금, 소곤소곤 희망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