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일 경제 활성화와 관련 “여건이 만만치 않은 것은 다 안다. 그렇다고 안 된다, 안 된다, 어렵다, 어렵다 하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거기서 길을 찾아야 한다”며 경제활성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오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산업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10개 국책·민간 경제연구기관 대표들이 참석한 ‘2008년 경제전망하에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주제의 간담회에서 “아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길을 찾는 것은 모른다”면서 “서로 할 이야기는 하고 거기서 길을 찾자는 것이다. 길을 찾아보자”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선인은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 등을 언급하면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우리가 손 놓고, 어려우니까 이럴 수 밖에 없다고 체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우니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참석자들에게 “당선인이 7% 성장한다고 하니까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을까 느끼면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게 좋겠다”며 “길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모인 것이니 기탄없이 말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는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하자”는 이 당선인의 취지에 따라 가운데 탁자도 두지 않고 의자만 둥글게 배치해 격식을 차리지 않은 채 진행됐다. 이 당선인은 “대학 도서관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불러서 물어보면 7~8할이 공무원 되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난다”며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또 최근 태안 자원봉사자 활동을 언급하면서 “우리 국민이 대단하다, 학자들은 원상복구에 10년이 걸린다 뭐 그런 발표하는데 두 번째 태안반도 가니까 확실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결국 힘을 모으면 이론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실물에 가서는 극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우리 국민의 열정을 잘 모으면 웬만한 위기도 잘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30여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당선인은 2시간가까이 경제연구기관장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마무리 발언으로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서 정부 주도로 무리하게 7% 성장을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정책은 쓰지 않는다”며 “결국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찾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성장동력은 기업들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라며 “미래 산업을 정부가 어떻게 해라 하는 것보다 기업들이 앞으로 10~20년 후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낼 것이고 방송통신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분야를 뚫고 나갈 텐데 우리 기업들이 그러한 길로 가도록 열어주자, 돈도 있고 글로벌한 능력도 갖고 있 때문에 정부가 좀 잘 길만 터주면서 하면 잘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인은 또 “사람들은 규제를 푸는데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규제를 풀면 활발하게 투자할 것이고 그 투자 통해 일자리를 만들 것이고, 그 투자를 통해 또 다시 재투자가 활발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을 새로운 정부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국내에서 투자를 막상하려고 하면 이제까지 대기업들을 정부가 불러서 투자하라고 하면 몇 조 투자하겠다는 숫자를 내놓고 했지만 기업이 안 되는 것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정말 투자할 수 있고 존경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우리가 만들겠다, 실질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해서 몇 사람을 고용하더라도 존경받고, 거기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률을 높여야 한다”며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도 맞춤형으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친기업적’이라는 말을 꺼리는 분들이 있지만 나는 당당하게 친기업적이라는 말을 쓰겠다. 시대적 추세이기도 하지만 기업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투명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위 기업 환경을 바꾸고 규제 하나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하는 사람들에 대한 전반적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꾸겠다고 생각하고 기업들도 거기에 맞춰 잘하겠다는 인식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당선인이 경제전문가를 초청해 1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약 없는 의견을 들은 것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대변인은 또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규제개혁과 노사문제, 투자촉진, 공공부문 개혁, 자유무역협정(FTA), 청년인력 해외 진출, 연구기술 투자문제 등 전반에 대해 전문가적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했으며, 당선인은 주로 경청하는 쪽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현경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 유연성과 교육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며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개방에 더욱 전력해야 한다”며 “우량 중소기업 인증제도와 같은 중소기업의 육성, 서비스 부분의 일자리 창출, 글로벌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물꼬만 터주면 구조적으로 기업 투자가 촉발될 가능성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이어 “경제 R&D 정책의 효율성을 따져야 할 때”라며 “정부 R&D에 10조원이 쓰이는데 5인 이상 중소기업 12만개에 전부 지원하는 것보다는 모듈기업 위주로 지원방법을 바꾼다든지 등의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새 정부의 규제 개혁이 어떤 핵심 규제에 대해서 어떤 방향으로 어떤 일정에 의해서 할 지가 미정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경영전략이나 투자계획 세우는데 지연이 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은 나중에 하더라도 새 정부의 방향과 일정을 명확히 해야 기업들이 올해 투자 계획이나 경영전략 수립에 많은 도움이 되고 투자가 조기에 가시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연구소의 회귀 분석 결과를 인용, “OECD 8개국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규제를 지금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 설비투자 증가율이 12%까지 올라갈 수 있고 그러면 경제성장율 6%까지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증가, 투자를 통한 성장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정택 KDI 원장,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오상봉 한국산업연구원장,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박우규 SK경영경제연구소장,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인수위와 당선인 측에선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원장, 맹형규 위원, 강만수 위원, 최경환 위원, 곽승준 위원,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대변인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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