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설로 “퇴임을 앞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 없이 ‘인도적 원조’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SJ은 16일 온라인에 게재한 ‘북한의 핵 유혹-평양의 핵개발 저지는 채찍과 당근 모두 실패했다’이란 제목의 무기명 사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사설에서 WSJ은 “장기화된 제재로 악화되는 북한 경제 속에 김정은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도발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WSJ은 빌 클린턴 정부 때부터 북한의 대미 협상·도발 전술을 놓고 ‘먼저 나쁜 짓을 하고 과장된 위협을 한다→ 그 다음 비난 수위를 낮추고 대화에 합의한다→ 마지막으로 양보를 손에 넣고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예측 가능한 협상 전략’을 수십년 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할 위기에 놓인데다,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새 대북 정책도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북한은 최근 순항미사일·탄도미사일 발사로 바이든 정부에 협상을 하자고 꾀어내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핵포기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미국 등이 협상에 나선다면 실패한 역사가 되풀이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북한 무기 개발에 대한 미약한 사찰과 제한을 대가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북한에 또 ‘우릴 속여도 된다’는 초대장을 주는 셈”이라며 “미국은 “김씨 일가가 핵무기 포기를 결정한다면 협상의 문을 열어야 하지만, 그때까지는 제재와 군사적 억지를 유지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WSJ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주 한반도 평화 구상과 대북 대화 재개 등의 제안을 들고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떠한 원조도 평양 엘리트층에 혜택을 주고 김씨 왕조만 강화할 것”이라며 “인도 지원은 북한의 구체적이고 검증가능한 양보 없이 나와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