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불당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장 세차 차량 폭발로 발생한 화재가 대형 보험사건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피해 차량만 600여대를 넘어서고, 이중 고가 수입 차량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천안시 불당동 한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4대 손보사(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에 16일까지 접수된 자동차보험 피해 차량은 약 470대로 집계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집계한 피해 차량은 총 666대다. 이중 고가 외제차만 170여대다. 이에 따라 아파트 지하 시설물 피해까지 더하면 손해액이 1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자기 차량 손해 특약에 가입한 차량 소유자는 우선 보험 처리를 할 수 있지만,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소유자는 피해 보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기다 화재 원인이 된 출장 세차 승합차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의 대물 한도가 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며 다른 차량의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피해 차량이 자기차량손해(자차) 특약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사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고, 이후 보험사는 피해를 일으킨 사람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차 특약에 가입돼 있지 않은 피해 차량이 문제"라며 "이 경우에는 본인이 수리비를 부담하고 출장 세차차량 운전자와 소속 업체에 직접 구상해야 하는데, 보상을 다 받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1일 오후 11시 9분쯤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 있던 출장 세차 승합차에서 시작됐다. 스팀 세차를 위해 차량에 실려 있던 LP가스 통에서 가스가 새 나왔는데, 30대 세차 직원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켜는 순간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순식간에 승합차를 집어삼킨 불길은 근처에 주차한 차량을 덮쳤다. 주민 대부분이 귀가한 평일 늦은 밤 시간이라 주차장이 거의 꽉 찬 상태였고, 발생한 좁게 붙여 주차된 차량을 타고 불이 빠르게 번져 피해가 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승합차 주변 차량들은 골격만 남기고 완전히 불탔다. 유독성 검은 연기가 지하 2층과 1층을 휘감으면서 차량 상당수가 그을림 등 피해를 당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데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방시설 관리 등 아파트 측 과실이나 주차선 위반 등 차주 과실 여부까지 고려해 보험금 지급과 구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남경찰청과 충남소방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화재 원인과 소방 설비 정상 작동 여부 등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 배관과 전기 설비 등 시설물 피해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