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정 운영 전반을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일부 측근들에게 상당 부분 위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했다”며 “김 제1부부장이 가장 많은 권한을 이양받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같은 위임 통치가 후계자를 결정하는 차원이 아니며, 장기집권에 따른 이른바 ‘통치 스트레스’와 정책 실패 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며 "김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이지만, 후계자를 결정하거나 후계자 통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위임 통치는 김 부부장 1인에게만 다 된 것은 아니고 (김 부부장이) 대남·대미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하고 가장 이양받은 게 많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그 배경에 관해 "첫째는 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통치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졌는데 그것을 줄이는 차원이고, 둘째는 정책 실패 시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위임받은 쪽에 책임을 돌리려는 차원"이라며 "근본적으로는 9년간 통치하면서 갖게 된 자신감의 발로"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올해 최장 기간 장마로 강원도와 황해도 등에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보고했다. 또 북한이 지난 10일 황강댐 보조댐 폭파를 검토했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은 있었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발생 인원이 없다고 하지만 국경봉쇄 장기화로 외화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당 핵심 기관이 긴축 운용하고 있다는 동향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밖에 북한군의 하계 훈련량이 25~65%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또 영변 5㎿급 원자로는 2018년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고,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도 특이 동향은 없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다만 신포조선소에서는 고래급 잠수함과 수중사 출장비가 지속적으로 식별되고 있다.
이날 국회 정보위 ‘데뷔전’을 치른 박지원 국정원장은 “반드시 법에 의해 국내 정보를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이관하겠다”며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식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