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락 채널을 단절하는 등 연일 대남 적대 행보를 보이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실망”했다고 밝히자 북한이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하라”고 맞섰다. 다만 북한은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도 외무성 국장 명의로 담화문을 내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국장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규탄 시위 등으로 어지러운 미국내 상황을 꼬집으며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면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까지 걸고 넘어졌다.
권 국장은 또 “북남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하는 것 같으면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염증이 난다”면서 “미국의 그 ‘실망’을 지난 2년간 우리가 느끼는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북한이 전날 일방적으로 남북 연락 채널을 폐기한 데 대해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면서 "외교와 협력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