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4년 후를 배경으로 한 좀비영화 ‘반도’(감독 연상호)와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가제)가 ‘2020 칸’ 선정작에 포함됐다. 특히 임상수 감독은 ‘하녀’ ‘돈의 맛’에 이어 임상수 감독의 칸영화제 세 번째 초청작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개최 예정이었던 제73회 칸국제영화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칸영화제 조직위는 3일(현지시간) 오후 6시 파리 샹젤리제 노르망디극장에서 이미 선정을 마친 56편의 초청작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한 56편 중 한국영화 초청작은 2편이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지난 2016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상영된 좀비액션 ‘부산행’ 4년 후 폐허가 된 한반도를 그린 후속작이다. 강동원‧이정현 등이 주연했다.
이로써 연 감독은 자신이 감독한 두 편의 좀비 영화로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두 번 초청받는 기록을 세웠다.
또 다른 작품은 최민식‧박해일 주연하고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행복의 나라로(가제)’다. '행복의 나라로(가제)는 시한부 인생 두 남자의 마지막 여행을 그린 영화로, ‘하녀’ ‘돈의 맛’에 이어 임상수 감독의 칸영화제 세 번째 초청작이다.
한편, 칸영화제 조직위는 이 56편에 ‘칸 2020’ 레이블을 붙이고 가을부터 개최 예정인 토론토영화제, 산세바스티안영화제, 뉴욕영화제, 부산영화제, 선댄스영화제 등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초 칸영화제는 코로나19 확산 후 개최를 6월 말께로 미루려 했지만 프랑스 내 확진자가 급증하며 지난 4월 에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소 7월 중순까지 대규모 축제나 행사를 금지하면서 원래 형태의 개최가 불가능해지자, ‘칸 2020’ 레이블이란 개념을 처음 언급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당시 현지 인터뷰에서 “이 레이블은 우리가 그 영화를 홍보하고 가을 개최란 복잡한 상황 속에서 계속해서 그 작품과의 끈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면서 “우린 전 세계에서 훌륭한 영화들을 출품받았고 그 영화들이 존재하고 관객을 찾도록 돕는 것이 우리 의무이자 바람”이라 했다.
초청작 발표 전날인 2일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올해 칸영화제에는 역대 최다인 2067편의 장편이 출품됐다. 2000편 넘게 출품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30편이 넘는 작품을 출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과 더불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석권하며 한국영화가 세계에서 통한다는 자신감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속에 데뷔작이 대거 초청된 데 대해 “영화의 창조적 활력의 증거이자 영화제가 미래를 위해 만들고 있는 약속”이라 의미를 짚었다.
1946년 첫 출범한 칸영화제는 1948년과 1950년 재정 문제로 열리지 못했고 1969년엔 프랑스 5월 학생운동(68혁명) 여파로 영화제 도중 행사가 취소됐다. 올해는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일 서한을 통해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개최 취소는 고려한 적 없다”면서 “원래와 다른 형태가 필요하게 됐지만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올해 출품‧선정작이 고무적인 지표를 보여준 데 대해 “영화인들이 열심히 작업해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며 “우리는 (올해 상영하지 못한) 모든 작품을 2021년 영화제로 넘길 순 없었기에 선정 작업을 계속했고 그건 맞는 결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1895년 12월 28일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발명한 이래 처음으로 극장들이 3개월간 문을 닫아야 했지만 이 아름다운 초청작들은 영화가 어느 때보다 살아있다고 말해준다.” 고 했다.
한편, 올해 칸영화제 필름 마켓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역대 최초로 온라인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