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KBO)가 정규시즌이 5월 5일 개막을 확정하면서 프로야구 개막이 불투명한 미국에서 KBO리그 방영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중계권의 무료 제공을 요구하고 있어 국내외에서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미뤄진 미국 프로야구(MLB) 대신 한국 프로야구를 미국에 방영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입찰로 KBO리그의 국외 판권을 따낸 에이클라에 알려왔다.
KBO측도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려 했으나 지금은 교착상태다. ESPN이 KBO리그 영상을 '무료'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하면서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ESPN은 '무료'로 영상을 받지만, 에이클라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KBO 영상을 미국으로 전송하기 위한 위성전송, 중계 자막, 기록, 코더 실시간 변환과 국내용·해외용 2개 피드 제작 등을 위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영상을 구매하는 ESPN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ESPN은 '무료 서비스'라는 무리한 요청을 했다.
KBO측은 “한국 경기의 미국 중계를 긍정적인 일로 판단하지만, 무료 콘텐츠로 평가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KBO는 한국 경기가 미국에서 무료로 중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협상 과정이나 계약 결과에 따른 수익·손실은 모두 판권 소유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ESPN은 '일단 KBO리그 중계를 시작하고, 광고나 스폰서십 등 수익이 발생하면 추후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초기에 상당한 지출을 해야 하는 에이클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다.
이 같은 사실이 미국에도 알려지자 미국 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방송 NBC는 23일(한국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스포츠가 중단된 것을 생각하면 한국프로야구를 전미에 보여주려는 ESPN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중계권을 무료로 요구했다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콘텐츠가 필요한 것은 ESPN인데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NBC는 “당연하게도 저작권을 보유한 한국야구위원회는 KBO리그에 모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ESPN이 어디서 ‘돈을 내지 않고도 KBO리그를 미국에 보여줄 수 있다’라는 얘기를 들었는지는 불분명하다”라며 꼬집었다.
미국에서도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니 한국야구위원회나 에이클라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굳이 말이 필요 없다. ESPN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최소한 해당 채널을 통해 미국에 KBO리그가 중계되진 않을 것이다.
NBC는 “KBO리그는 (먼저 개막한) 대만프로야구보다 경기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매우 실망스럽다. 한국 야구는 정말 재밌기에 전국 채널에 편성된다면 매우 반가웠을 것”이라며 ESPN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