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증액은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며 재차 한국의 방위비 인상을 압박했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워싱턴 미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이어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공동 방위비용 부담이 납세자에게 불공평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방위비를 더 분담할 능력이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또 “한국의 분담금은 전체 비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어 에스퍼 장관은 “미국은 상호 이익이 되고 공평한 협정에 도달하기 위한 확고한 의사를 갖고 있다”면서 유럽 동맹국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루 앞둔 전날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포괄적인 새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4월 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 대부분의 무급휴직과 상당수 건설ㆍ군수지원 활동 중단이 필요하다”며 노골적인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연합훈련 영향을 묻느 질문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코로나19에 관한 우려로 인해 연합훈련을 축소(scaling back)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정 장관도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사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박 합참의장이 향후 연습 진행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에 하나 훈련 상황에 변화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합방위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한 평가 일정에는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심사숙고하며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현재 한국 일반 군부대 훈련도 부대 간 이동이나 이런 것들을 금지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어떤 경우에도 조율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미 연합 방위 태세가 공고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한미 동맹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에스퍼 장관은 이날 회담을 통해 한미 간 공동 목표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도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유지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 일본과 3국의 상호방위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고, 여기에는 정보교환, 훈련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선 “한반도, 나아가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전, 번영에 린치핀(핵심축) 역할을 한다”면서 한미동맹이 굳건하며 강력한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