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61)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재판에 나와 정유라씨(21) 승마지원과 뇌물 혐의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코웃음을 치거나 짜증을 내는 등 불만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앞서 검찰과 특검팀은 지난 14일 최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求刑)했다. 당시 최씨는 대기실에서 비명을 질렀다.
최씨는 이날 딸 정유라씨 증언과 관련된 질문이 나올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지난 7월 이 부회장 1심 재판에 나와 "엄마가 (삼성이 사준 말을)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했다"는 등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최씨는 "특검이 딸을 새벽에 몰래 데려가 법정에 세웠다"며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에선 증언을 거부했었다.
특검팀이 이날 "정씨에게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최씨는 "그럼 '네 말처럼 타라'고 하지 '남의 말처럼 타라'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특검팀이 "차분하게 질문을 잘 듣고 대답하라"고 하자 최씨는 "그러니까 왜 새벽에 딸을 데리고 가셨느냐"며 화를 냈다. "딸과 싸움을 붙이는 거냐. 저는 걔가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최씨는 또 특검팀이 마필 구입과 관련한 질문을 반복하자 "독일을 한번 갔다 오시든가 말을 연구한 검사님이 나오시든가 해야지 답답하다"고 했다. 특검팀이 "답변이 이해가 안 간다"고 하자 최씨는 "아니 저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맞받았다. 방청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명폰으로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특검팀이 "두 달 남짓한 기간에 259회나 통화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검찰에서 40년 지기(知己)라고 이슈화하는데 그 정도 통화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통화 내용을 묻는 건 실례"라고 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대통령에게 22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작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월 5000만~1억원씩 총 4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뇌물·국고손실)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주고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구속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은 낮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법원이 자신의 1심 구속 기한을 연장하자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면 구치소로 찾아가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22일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조사할 계획이다. 작년 5~10월까지 비서실장을 지낸 이 전 실장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