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차명계좌에 있던 돈 4조 4천억 원을 세금도 내지 않고 찾아간 것으로 밝혀진 데 대해 금융당국이 과세가 가능한 쪽으로 관련 법의 유권해석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5조에 규정된 '비실명자산소득에 대한 차등과세' 대상과 관련한 유권해석을 정비중이라고 밝혔다.
2008년 삼성 특검은 이 회장이 삼성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 4조5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숨겨뒀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은 차명재산을 이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고 세금으로 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실명 전환을 하지 않고 돈을 다 찾아간 것으로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당시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이 따로 있었더라도 주민등록법상 실명으로 개설된 계좌이기 때문에 금융실명제법상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위는 기존의 입장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했다. 실제 명의인이 개설했다고 하더라도 수사당국의 수사나 국세청 세무조사 등에서 차명계좌로 확인된 경우 이를 ‘비실명재산’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침대로라면 금융실명제법 5조에 따라 계좌 개설일 이후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에 90%의 세율 적용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과세 대상이 되는 계좌인지 여부를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과 협의 중이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0일 국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재산에 과세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시효가 지났는지를 따져 국세청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