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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개혁 방향 공론화하자"
  • 이송갑
  • 등록 2017-08-08 09: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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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는 방향을 정해야 발걸음을 뗄 수 있다' 성명 발표



문화예술인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신임 위원장 공모 절차를 서두르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예술인소셜유니온 등 12개 문화예술 단체와 62명의 문화예술인들은 7일 "가는 방향을 정해야 발걸음을 뗄 수 있다"는 입장문을 통해 "(위원장 선임보다) 예술위 개혁방향에 대한 입장과 방법의 공론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위는 지난 7월10일부터 신임 위원장을 공모하고 있다. 예술위 임원추천위원회는 응시자 21명을 서류 심사해 7명을 통과시켰다. 임원추천위원회는 7일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3~5명을 도종환 문체부 장관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문화예술계 일부에선 도 장관이 과거 오랫동안 활동했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 소속 인사가 유력하다고 점치고 있다. 장관의 뜻을 잘 파악하는 인사가 아무래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른 편에선 공모 마감일에 신청했다고 알려진 문화연대 소속 인사가 유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가 문재인 정부와 교감 없이 갑자기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문화예술인들은 호사가들의 이런 추측이 '예술위 바로세우기'라는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술위원장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자리가 아니며, 신임 예술위원장은 망가진 예술위를 바로 세워야 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검열 정국에서 그 위상이 한없이 추락했다 하더라도 예술위는 한국 문화예술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구"라면서 "새정부는 문예위에 대한 개혁의 방향조차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문체부가 바라는 것이 이제까지의 길과는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 방향을 먼저 얘기해야 한다"며 "서둘러 옮긴 발걸음은 익숙한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문화계 적폐 해소 및 블랙리스트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과정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예술위 위원장 인선을 위한 절차를 시행한 것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며 "도 장관은 예술위 및 문화 관련 공공기관에 대한 임명권자로서 개혁방향과 과제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위원장 공모를 시행하고 있는 이유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박명진 전 위원장은 지난 5월8일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냈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사직서가 바로 수리되지 않다가, 한달 뒤인 6월13일 감사결과가 발표되자 도종환 장관이 수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과 유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로 현재 불구속기소된 상태다.


다음은 성명 '가는 방향을 정해야 발걸음을 뗄 수 있다' 전문이다.

- 신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공모에 대한 입장 - 


헌법 유린 사건이자, 국정 농단 사건인 블랙리스트 사건의 해결은 과거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의 출발이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예술현장에서는 단발마처럼 검열과 차별, 그리고 편가르기에 따른 비명이 터져나왔음을 기억합니다. 지난해 문화예술인들은 기어이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광장의 텐트를 지키며 예술표현의 자유를 칼날 위로 내몰았던 블랙리스트 사건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왔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이제 비로서 우리는 문제해결을 위한 출발선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김기춘 조윤선 등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에서 드러난 인식은 여전히 우리가 검열의 한 복판에 놓여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술검열과 문화예술정책 농단은 비단 탈법과 불법의 맥락뿐만 아니라 '합법'의 이름으로도 일어났으며 제도의 힘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비단 몇몇 개인의 일탈과 아집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문화예술정책이 반민주적 권력으로 지탱되어 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확신으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7월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위원장 공모가 시작되었습니다. 7월 24일까지 20여 명이 넘는 후보자들이 지원했고 오는 8월 7일로 예정된 면접심사까지 7명의 후보가 남은 상태라고 합니다. 


검열이 극심했던 2015년 취임한 박명진 위원장은 사직한 상태이고 현재 국회 위증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검열 정국에서 그 위상이 한 없이 추락했다 하더라도 예술위는 한국문화예술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기관의 장을 오랜 동안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점은 현장예술인들 역시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절차가 과연 온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최종 인선 책임자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이 촛불정부의 책임을 갖고 인선을 관장하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원장 인선 절차는, 민간위원회로서 한국문화예술정책을 관장해야 할 예술위의 위상을 왜곡할 대로 왜곡한 법제도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임명권자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새정부는 예술위에 대한 개혁의 방향조차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공약을 통해서 '문화기구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모호한 선언만을 보았을 뿐입니다.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인 예술위 위원장 인선이 관련 법령에 의해 '합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관심을 좀 더 세밀하게 기울이지 못해서 미리 말을 건네지 못한 것을 자책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 필요한 말을, 행동을 해야겠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문화부가 바라는 것이 이제까지의 길과는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 방향을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서둘러 옮긴 발걸음은 익숙한 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위원장의 최종적인 임명권자인 문화부 장관에게 예술위의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듣길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동시대 문화예술인 동료들에게도 '우리들이 바라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이 가닿길 바랍니다. 이런 질문이 닿고 답이 나오는 시간을 원합니다. 


우리는 지금 예술위 위원장 인선과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곧 뒤따를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에 대한 인선, 국민생활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대한 인선 등 각종 문화예술기구의 인선 과정 역시 빈자리에 사람을 채워 넣는 일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인선 과정이 하나의 시금석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검열의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나라를, 새로운 문화예술정책을 바랍니다. 새로운 문화부 장관에게 법률의 앙상한 임명권을 넘어서 줄 것을 바라며 다음과 같은 요구를 밝힙니다.  


첫째. 문화계 적폐 해소 및 블랙리스트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과정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인선을 위한 절차를 시행한 것에 대해 의구심이 있습니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문화 관련 공공 기관에 대한 임명권자로서 개혁방향과 과제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위원장 공모를 시행하고 있는 이유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둘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정책수립에 참여하고 집행에 대한 권한을 나누는 민간위원회로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구는 문화부 관료에 의한 하청기구로 전락했고, 지원은 편향적이었으며, 문화예술인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장관이 생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새로운 상은 어떤 것인지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셋째. 참여와 분권, 그리고 협치는 새로운 정부가 선언한 시대 정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문화예술기구의 수장을 임명하는 과정은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하며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며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임명 이전에 장관과 위원장 후보자가 현장예술인들과 함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개혁방향에 대해 입장과 방법을 논하는 토론회가 개최되길 희망합니다.  


우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정상화의 첫 걸음부터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자율과 참여의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요구합니다. 우리의 요구가 임명권자인 문화부 장관 그리고 주어진 절차대로 응모과정에 참여한 후보자들에 대한 부당한 요구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상화는 이미 왜곡된 제도와 절차를 따르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한다면 지금 내딛는 첫걸음이 가장 중요하고 그 첫걸음이 곧 블랙리스트 이후 우리의 문화예술정책의 개혁의 첫걸음이 되리라는 무거운 마음만이 올곧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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