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백억대 원가 부풀리기 의혹과 하성용(66) 대표의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협력업체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원가조작 등 방산비리 혐의로 KAI를 대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사천 소재 4개 업체, 경기도 성남 소재 1개 업체 등 모두 5개 KAI 협력업체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납품 관련 문서들과 회계 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관련자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AI가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항공기 부품을 공급하는 몇몇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4일 개발비 등 원가 조작을 통해 제품 가격을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와 관련해 KAI의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KAI는 다목적 헬기인 수리온,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 국산 무기를 개발해 온 대표적 항공 관련 방산업체다.
검찰은 KAI가 수리온, T-50, 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개발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감사원도 방위사업청 감사 과정에서 혐의 일부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하 대표 등 경영진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수사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아울러 2013년 5월 KAI 사장에 취임한 하 대표가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정부 고위관계자나 정치권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한 협력업체 중에는 하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KAI 출신 조모(62)씨와 관계된 T사 등이 포함됐다. 조씨가 대표를 맡은 T사는 KAI에 납품하는 물량이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검찰은 KAI 경영진이 원가 부풀리기를 통한 리베이트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T사가 동원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 협력업체 A대표는 "횡령 등 잘못된 것들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연관기업들과 사천지역을 위해서라도 더 큰 상황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란다"며 "KAI가 휘청거린다면 사천에 있는 30여개의 협력업체는 물론 수 많은 연관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세계 항공업계는 윤리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KAI가 부도덕한 회사로 낙인이 찍히면, 미 공군 훈련기 대체사업(T-X) 수주 실패는 불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