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옛 시골 마을에는 서너 집 건너 으레 몇 그루씩의 살구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봄이 되면 아담한 초가지붕 위에 뭉게구름이 일 듯 피어올라 장관을 이룬다. 살구꽃에 파묻힌 동네를 멀리서 바라보면 그 연분홍 색깔과 간간히 버드나무의 연푸른빛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동양화를 이루고 있다. 고향을 멀리 떠난 사람은 고향의 이 정경을 잊을 수 없다.
조선 숙종 때의 문신 김진규는 거제도에 귀양 가서 그곳에 살구꽃이 피자 고향을 그리는 시를 지었다. 이호우의 작품도 살구꽃 핀 마을의 인정미를 따뜻한 정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발전하여 목동이 나그네에게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는 ‘목동요지행화촌(牧童遙指杏花村)’의 그림은 평화로운 고향마을을 상징할 뿐 아니라 천하가 태평하여 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