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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시위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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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6-12-20 0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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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은 안 된다’ 사회원칙 정립으로 갈등 해결해야
11월 3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는 “집단시위는 대학로문화지구를 좀 먹는다” “생존권을 침해하는 집단시위를 추방하자”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바로 전날 마로니에공원에서 있었던 시위의 영향을 받은 듯했다. 대학로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희숙 씨는 시위 얘기를 건네자마자 손사래를 쳤다. “생업에 지장이 왜 없겠습니까. 불법 폭력시위 때는 장사를 아예 망친다고 봐야죠. 허가를 받은 시위라고 해도 손해가 많아요. 시위가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오겠어요?” 퉁명스런 그의 말투에서 그동안 시위 염증에 시달려온 가슴앓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노점상을 하는 또 다른 상인은 “시위의 목적이 있겠지만 너무 잦은 시위는 삼갔으면 좋겠다”며 “폭력이나 불을 지르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폭력시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평화시위 원년’ 물거품정부는 올해를 ‘평화시위 정착 원년’으로 삼겠다는 큰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와 함세웅 신부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평화시위위원회를 구성, 문제점 진단과 시민단체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종합대책안을 마련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법시위로 정부의 노력은 수포로 그쳤고, 점차 과격성을 띠어가는 폭력시위는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 특히 11월말에 전국 13개 주요도시에서 벌어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는 방화와 폭력, 도로점거 등 올해 들어 가장 과격한 불법행위로 얼룩져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이택순 경찰청장도 연말을 맞아 일선 경찰관들에게 e메일로 띄운 ‘15만 경찰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올해 중요한 테마였던 평화적 집회시위문화 정착이란 과제가 결국 실망스럽게 끝나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뿐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11월 22일, 12번째 연가투쟁을 강행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지난 8월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무단점거도 불법시위의 전형이었다. 뜨거운 물을 붓고, 액화석유가스(LPG) 통에 불을 붙여 저항하는 등 불법시위의 위험수위를 넘는 불상사를 빚었다. 12월초, 동료들의 차량에 불을 지르며 공포감을 조성하던 화물연대의 불법행위도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결국 5일 만에 파업철회를 선언하고 말았다. ‘시위문화 달라져야 한다’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볼 때 시위가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대통령직선제를 주장하며 벌였던 6월항쟁 등 민주화시위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강력한 틀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민주화시위가 부당하게 탄압받던 시절에는 반민주적이고 불법적인 시위진압에 대해 시위대도 폭력으로 맞싸워야 했다. 이러한 시위대의 저항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한 보루로 여겨졌다. 최근 들어 시위가 점차 폭력적이고 과격화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밀어붙이면 된다는 의식이 은연중 마음속에 배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권위주의 통치를 벗어났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굴레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재교 변호사는 “과거의 폭력시위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반정부 투쟁으로 경제나 해외 영향이 그리 심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미 FTA협정 반대 등 자율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투적 폭력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결국 국내외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위축시켜 예전의 시위와는 파급효과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이제는 올바른 시위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정착돼야 할지를 냉정하게 되짚어볼 때가 됐다.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정당한 집회신고 절차에 따른 합법시위는 보장되는 게 당연하다. 황필규 변호사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일반 시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 한마디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준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무시할 경우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박영만 변호사는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개인이나 집단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억압하던 시대에는 거리시위가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면서 “하지만 시대가 바뀐 요즘에 폭력으로 점철된 불법시위는 공권력을 무시하는 수준에 이르러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시위가 합법적으로 허용된 상황에서 지나친 과격시위로 번지는 게 문제라는 것. 즉 사회적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시위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빚어진 폭력시위에 대해 평화시위연대는 “불법시위대에 대한민국이 폭행당했다”며 “과연 이 나라가 법치국가인지 눈을 의심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법·폭력시위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국민들이 불법시위에 얼마나 염증을 느끼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황우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대다수의 시위가 방법의 적정성이나 적법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효과적인 목적달성으로만 인식해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시위문화도 사회발전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1월 26일 한국노총이 주최한 대규모 집회에서 평화집회의 약속을 지켜내면서 새로운 시위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노·사·정 합의 이행과 한·미 FTA 저지를 요구하며 전국에서 2만5000여 명의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참가해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는 우려했던 교통체증이나 경찰과의 충돌을 빚지 않은 채 자율적으로 해산했다. 특히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모든 것이 다 변했지만 시위문화만 바뀌지 않았다”며 “이제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시위보다는 평화적 시위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평화시위 집중보도 하자”불법시위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최종술 교수는 불법시위를 막기 위해선 ‘준법집회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집회 주최 측과 경찰 간에 이 협정이 체결되면 양측이 집회시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됨으로써 평화적 시위문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불법·폭력시위를 집중보도하는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집중보도보다는 오히려 폭력시위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 불법시위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언론이 평화시위는 보도하지 않은 채 불법 폭력시위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며 “앞으로는 불법 폭력시위보다는 적법한 평화적 시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재교 변호사도 언론의 보도태도를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최근의 폭력시위는 대부분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를 노리는 경향이 높다”면서 “폭력시위의 모습은 보도하더라도 시위대의 주장은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폭력시위대의 의도를 무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갈등의 예방과 치유가 폭력적인 집회시위를 막는 해법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갈등영향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요 정책의 수립 단계에서부터 미리 갈등을 예측해 대책을 세우고, 또 갈등 발생 이후에도 합리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폭력시위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 분쟁조정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시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들의 의견을 국민이나 언론에 알려 정책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목적에 부합하는 시위를 벌여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하는데도 국민들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시위 목적을 정확히 알릴 수 있는 분쟁조정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불법시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영만 변호사는 “시위자와 일반 시민들을 위해 시위자들을 위한 전용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시위 공간 제공 후에도 거리로 나서 차로나 공장을 점거하는 불법시위는 범죄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화 전·의경부모모임 대표는 ‘집회시위공탁금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이 제도를 도입해 집회시위 때 국민에게 피해를 줄 경우 공탁금으로 피해보상을 해주는 형식을 취하면 폭력시위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색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폭력시위 처벌 강화’ 87% 시위대의 차도 점거 불법행위는 애꿎은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한다. 국민들이 외면하는 시위는 설득력을 잃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들어 민주노총과 전교조, 화물연대가 벌인 시위는 국민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호응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마디로 ‘자기들만의 잔치’로 끝났다는 얘기다. 시위방법은 물론 명분에서도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력과 정치적 투쟁으로는 국민의 호응을 받기는커녕 준엄한 심판만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는 평화시민연대의 지적을 귀담아들을 만하다. 시대가 바뀐 데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진 만큼 강경일변도의 과격시위를 탈피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최종술 교수는 “지금부터는 과격한 장외투쟁보다는 입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주장을 반영시키는 게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권력 실추에서 불법시위가 비롯된다고 얘기한다. 이황우 교수는 “현재 사회분위기가 과격 폭력시위와 차로를 불법 점령한 도심 시위에 대해 너무 관용적인 것 같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 전체의 공익을 침해하지 않을 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실시된 ‘평화적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의 시위문화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87.4%에 달했다. 현재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응답률도 절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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