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진노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 국회 스스로 의회민주주의를 포기한 한국 정당사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8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를 관례와 원칙도 무시한체 무기명 비밀투표도 하지 못하고 공개적으로 박수를 유도하며 인민 재판하듯이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여 씁쓸하다.
사건의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를 국민들께서 심판해 달라"며 유 원대대표를 향해 질책하면서 시작 됐다.
이날 대통령의 발언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사로운 감정을 노출 여당 지도부를 질책하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목하여 퇴출시켜 대통령의 월권행위로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일이벌어졌다.
청와대는 '공무원연금개혁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무원연금법'이 처리 안 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은 더욱 안 된다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라가 헌법 1조1항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뽑은 대표인 입법기관으로 국정운영의 동반자이며 동시에 감시자인데 대통령이 국회에 '지침'을 내리는 것은 삼권분립의 의미를 훼손하는 '월권' 이라는 것이다.
의회민주주의의 위기는 민주주의 개념조차 모르는 대통령과 이를 무조건 추중하며 당론이라는 미명 아래 정치적 소신과 철학도 없이 절대복종 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질에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것인데, 새누리당은 여왕의 진노에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보이콧하며 재의조차 않았다.
이후에 여당은 극심한 내분 사태로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며 대통령의 마음에 안 든다는 단순한 이유로 결국 의총을 통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권고로 최종 결론을 냈다.
국회의원은 독립된 입법부이며, 정당의 구성원이기 이전에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할 때에 의회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국회법이 정부가 하는 일에 간섭하고 그래서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소통하고 협상하는 고도의 정치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추진을 해야지, 유승민이 잘못했으니, "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라" 이런 식으로 통치 개념을 가지고 국정을 수행하려는 것은 독재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일지라도 최소한 민주주의의 기본인 3권 분립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여당을 대통령의 사당으로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이 무조건 다 옳은 것도 아니고 만약 옳은 일이라 해도 국회가 무조건 다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대통령이 알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과거 '한국적 민주주의'시절과는 다르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것으로 국민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그 권력이 생명력을 가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속히 시대에 맞는 민주정치를 통해 국가를 경영하길 바란다.